[촉석루] -경남신문
작성자 경남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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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문화의 세기
- 기사입력 : 1999-12-08 00:00:00
-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한다. 요즘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로 맞기 위
한 거창한 구호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작은 것 하나라도 실천하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창신대학 문창과에서는 진주에 시·수필창작과정을 개설하여, 얼마전에
수료식을 가졌다. 요즘 대학은 상아탑 속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
으로 진출하여 봉사하는 대학으로서의 면모를 보이지 않으면 대학 스스로
도 존립기반을 구축하기 힘든 변화된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대학이 사회
속으로, 생활현장 속으로 찾아가서 개혁하고 변화시켜서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로 가꾸어야 할 사명이 있음은 새삼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수료식에서 학생들로부터 감사의 뜻이 새겨진 자만옥으로 된 귀한 기
념패를 선물 받았다. 너무 값진 선물이어서 책상 위에 놓아두고 볼 때마다
수료생들의 얼굴을 떠올리고 귀한 마음을 되새기곤 한다. 지금도 귀한 패
를 바라보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이 패는 평생 동안 나와 함께 하면서 진
주 평생교육원 수료생들을 기억하는 기호가 될 것이다.
문화도 이 기념패와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삶의 의미를 아름답게 새겨
두는 것이 곧 문화일 것이다. 따라서 문화는 창조하고 가꾸어야 하는 것이
지,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얼마나 문화적 유산들
을 폐기처분해 왔는지 모른다. 유구한 문화민족이라고들 자부심을 갖고 있
지만, 정작 문화를 일구는 데는 소홀하지 않았는가.
경남문인협회에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문학관을 건립할 예정이라고 한
다. 경남문학관은 앞으로 경남 출신 문인들의 작품집, 기념사진, 육필원고
등과 같은 귀한 소장품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은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 될
것이다. 그래서 이 문학관은 문인들의 예술혼이나 인생관을 엿볼 수 있는
기념패 같은 문화적 기호가 될 것이다. 문학관 건립은 때늦은 감이 있지
만,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웃 일본에서는 각 지방마다 개인 문학
관이나 근대문학관들이 즐비하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는 근대문학 100년을
넘겼지만 변변한 근대문학관 하나 없는 실정이 아닌가.
말로만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무성하게 진열할 것이 아니라, 작은 것
부터 큰 것에 이르기까지 하나 하나 문화적 가치를 부여하는 일을 시작해
야 할 것이다.( 이상옥 시인·창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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