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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문화센터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계단이 보입니다. 단단한 화강암 자연석으로 만든 계단은 운치가 있습니다. 이 계단 위로 올라가면 바로 경남문학관입니다. 문학관이란 개념도 생소할 때 생긴 “한국 최초의 문학관”이지요. 오늘, 이곳을 찾은 목적은 “나와 경남문학관” 전시회를 보기 위함입니다.
“매년 2차례, 기획전을 열지요.” 경남문학관 정이경 사무국장님의 말씀입니다. 정이경 선생님이 사무국장 직을 맡은 것도 벌써 6년차이니, 벌써 12번째 기획전인 셈입니다. 경남문학관에 대해 인터뷰를 요청하니 2001년부터 시작된 문학관의 역사가 줄줄 나옵니다. 경남문학관은 문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문학관입니다. 관계자의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시작은 이렇습니다. 1998년, 전문수 경남문인협회장은 공약으로 경남문학관 건립을 내걸었습니다. 당시 여론은 신통치 않았다고 합니다. 동료 문인들도 “과연 되겠어?”하는 냉소적인 반응이었다니 말 다했지요. 문학적으로 표현하면 “풍차로 돌진하는 돈키호테” 취급이었다고 할까요? 그러나 전문수 협회장의 열정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습니다.
먼저 기금모금으로 시작했습니다. 경남문인협회 소속 문인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았지요. 문학관에 대한 열망은 그만큼 컸습니다. 협회는 여러 지자체와 접촉했습니다. 당시 진해시장인 김병로 시장에게 부지 제공을 약속 받았습니다. 통합 창원시 출범 이전의 일이지요. 이제 남은 것은 운영비였습니다.
2000년대 초반, 지금은 일반화된 문학관이란 개념조차 생소할 때입니다. 일을 할 때 항상 선예를 찾는 공무원들을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표현이 있지요. 마침 지방자치제 확대로 지자체장를 도민들이 뽑게 되었습니다. 민선 1기 김혁규 지사가 운영비를 약속하게 됩니다.
“우공이산 - 우공이 마침내 산을 옮긴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한국 최초의 문학관은 문을 열었지요. 벌써 18돌입니다. 경남문학관만의 자부심은 문인들이 건립비용을 마련한 것 뿐만 아닙니다. 문학관 소장 자료는 대부분 문인들의 기부로 이루어졌습니다. 자료의 양 뿐 아니라 질도 엄청납니다. 총 4만 점의 자료 중 400권에 달하는 문예지 창간호은 국립중앙도서관도 탐을 낼 콜렉션이지요.
정이경 사무국장님께 아쉬운 점이 없는지 질문을 던져 봅니다. 가장 먼저 부지 문제가 나옵니다. “이곳은 경남문학관이 출발할 수 있는 뜻 깊은 공간입니다. 문학관이란 개념도 없던 때, 출반한 지라 아쉬운 것도 많지요. 먼저 교통이 불편합니다. 계단을 통해 문학관에 들어와야 하는데, 나이 많은 선생님들은 힘들어 해요.”
좁은 문학관 건물 역시 아쉬운 부분입니다. 4만점에 달하는 장서를 보관하기 위해서는 수장고가 필수입니다. 더구나 오래된 책과 원고는 온습도 조절이 필수이지요. 국가기록원 같은 경우 수장고 한쪽에 큰 유리창을 설치하여 관람객들이 견학하게 만든 시설이 있습니다. 기존 업무를 하면서도, 소장자료 훼손 걱정 없이 견학까지 가능한 시설입니다.
* “나와 경남문학관” 전시회는 9월 20일까지 열립니다. 경남문학관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까지 관람 가능합니다. 점심시간은 12시에서 1시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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