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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그대가 받아주세요 |
경남문학관 ´가을에 쓰는 편지 한통´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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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민 기자 lcm@dominilb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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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치료실 창밖으로 보이는 가을하늘이 어찌나 높고 푸른지 콧잔등이 절로 시큰해집니다. (한후남 수필가가 정목일 수필가에게 보내는 편지)'가을을 노래한 시편들은 수없이 많다. |
도내 문인 100여명 소소한 일상 한눈에
가을을 노래할때면 으레 ´편지´라는 소재는 후렴구처럼 따라붙는다.
가을은 누군가를 생각나게 하는 계절이고, 누군가가 생각난다는 것은 그에게 말을 걸고 싶다는 것의 또 다른 표현이기 때문일까?여기 정성들여 육필로 쓴 도내 문인들의 편지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
이달 31일까지 경남문학관(관장 정목일)에서는 ´문학의 샘-가을에 쓰는 편지 한통´이라는 자료전이 열린다.지난달 30일 시작된 이 전시회에 도내 문인 100 여명이 소장하고 있던 편지를 내놓았다.
자신이 직접 써 보낸 것과 받은 것을 망라해 기증했다.
행사 초대 부탁글에서, 안부를 묻는 글, 보내 준 책에 대한 답례 글, 그리고 연애편지까지 내용은 다양하다.
형식도 산문과 시를 넘나든다.
한지에 멋스럽게 수묵화를 그려넣은 편지지도 눈에 띈다.
서정주·김동리·조연현 등 한국 문학계 거목들의 친필 원고가 있는가하면, 원고지 수십매가 넘는 장문의 글도 전시되어 있다.
편지를 주고 받은 시기는 1950년대에서 2006년 현재까지다.
신속하고 정확한 이메일과 휴대전화가 개인간 소통을 전담하는 현대사회에서 느리기만한 ´편지´라는 도구로 각종 소식과 사유를 전달해온 문인들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가령 강은교 시인이 박철석 시인에게 보낸 편지 중에는 '그때 한지 종이를 열심히 보관하고 있었습니다만, 이사하는 통에 잃어버렸습니다'와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강 시인은 전화로 하면 단 몇초 만에 전달할 수 있는 말을, 쓰고 부치는 수고를 들여가면서 3∼4일이 소요되는 전달수단을 선택하고 있다.
편지하면 연애편지가 떠오른다.
마지막에는 '자네 할아버지가 쓰네'라는 인사말이 뒤따른다.
출향문인과 도내문인을 나눠 전시된 편지글을 주욱 읽다보면, 작품에서 맛보는 감동과는 또 다른 울림을 느낄 수 있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사유의 단서를 건져올리는 문인들의 고투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경남문학관에서는 오는 14일 경남작고문인 문학심포지엄을 계획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정진업 시인과 리명길 시인의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2006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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