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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1월5일 사설/오피니언에 실린 글 직지와 줄기세포 |
정목일 경남문학관 관장·수필가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직지’는 진리와 깨달음의 세계를 영원 속에 기록해 놓은 것이다. 우리 민족의 열린 사고와 깨달음에 대한 열망과 영원의 세계를 말해준다. 13세기 금속활자 발명은 오늘날 컴퓨터 발명에 비견되며. 인류사에 커뮤니케이션의 혁명을 가져왔다. 이 문화혁명을 우리 민족이 선도하였다는 것은 천부적인 정보·문화 유전인자를 타고 났음을 증명한다. 인터넷 사용률이 세계에서도 앞서고 있으며 상상력과 창의력을 통해 IT산업의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류(韓流)가 갑자기 형성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님을 뒷받침해 준다. 오늘날 우리는 금속활자 이래 또 하나의 신화를 꿈꾸고 있다. 인류에게 광명을 안겨줄 ‘줄기세포 연구’인 것이다. 그 주역이 황우석 교수였고. 우리는 또 한 번의 민족적인 영광을 고대했다. ‘줄기세포’는 한국인이 상정한 희망 코드이다. 민족의 긍지와 자존심을 다시 한 번 세계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과 열망 속에 과학자는 영웅화 되었으며. 실적 만들기에 강박감과 초조 속에 보내야 했다. 한국인의 희망 코드는 어이없게도 ‘줄기세포는 없다’는 것으로 판정이 나고. 우리는 집단적인 우울증에 빠지고 말았다. 해방 60년을 지나오면서 격동의 세월 속에서 우리 민족의 심장 박동은 다른 민족보다 한 박자 빨리 뛰고 있음이 분명하다. 짧은 기간 동안 고속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빨리빨리’를 외쳐야 했다. 여유와 완벽. 마무리와 검증. 성찰과 완성도가 부족함에도 앞을 향해 돌진해 왔다.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가 민족의 꿈을 싣고 성공 신화라는 종착지에 닫지 못한 채 탈선하고 만 것은 정직과 신뢰라는 기본을 잃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쯤에서 숨을 돌리고 성찰해야 한다. 그렇다고 줄기세포 연구를 포기하거나 중단할 것인가? 이런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민족의 가슴에 희망줄기를 심어줄 과학자가 나와야 하며 국민의 관심과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경제적인 가치만으로 따지기 전에 직지에서 보여준 진리와 깨달음의 세계를 되새겨 보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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