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 -[세상을 보며]
작성자 경남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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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그들이 모르는 이야기- 이문재(문화체육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4-03-26 11:00:00
조금이라도 자신이 살아가는 모습을 곱ㅆ ㅣㅂ는 보통의 사람이라면 다 안다.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나라의 경제 관련 정책들이 자신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마치 태풍이라도 불어닥칠 기세로 새로운 정책이 발표되곤 하지만, 정작 자신에게 와 닿는 것은 살랑거리는 봄바람에도 미치지 못하기 일쑤다.
가끔 일상 생활과 밀접한 부동산 대책이랄까, 일자리 창출, 전통시장 살리기 등 자신과 가까워 보여 착시(錯視)를 일으키는 일도 있기는 하지만.
정부의 경제정책은 대다수가 기업활동 활성화와 관련된 것이다.
물론 영세한 창조기업이나 소상공인을 배려하는 차원의 정책들도 곁들여져 있지만 어찌 구색맞추기 같은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수시로 발표되는 관련 정책 덕분에 잘살게 됐다든가 부자됐다는 소리를 별로 들어 본 적은 없다.
기업이 잘돼야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가치를 창출해 경제가 잘 돌아가게 되는 것은 맞는 얘기다.
하지만 기업이 내놓은 일자리와 생산해 내는 가치의 분배가 극히 제한적이라면, 이 역시 대다수 서민과는 아주 먼 얘기다.
여기서 어렵기도 하거니와 명쾌한 답도 없는 경제 얘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네 삶을 풍요롭고, 또 여유롭게 한다고 명제돼 있는 문화를 조금 들춰보려는 것이다.
현재의 문화는 경제 정책에 밀려나고, 행정과 복지에 밀리고, 자연스레 사회 전반의 모든 정책의 뒤편에 놓여 있다.
“마지못해 챙기는 게 문화다. 좀 서럽게는 ‘마지못해’에도 들지 못하면 아예 빼버린다. 최소한의 예산 지원이라고 인정해 놓고도, 또 깎는 게 문화 지원이다. 많이 받다가 깎이는 것과, 빠듯하게 받다가 깎이는 것을 동일선상에서 이해하라고 하면 수긍하겠는가.”
한 기초지자체 예술단체 운영자의 푸념이다.
아마도 그동안 쥐꼬리만한 지원금으로 근근이 버텨왔는데, 이마저도 깎이는 판이라 어찌해 볼 방도가 없는 모양이다.
광역지자체 지원을 받는 문화예술기관도 기초지자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오랫동안 지적해왔고, 서로가 개선책을 찾아왔지만 ‘부채 줄이기’ 한방에 오히려 예산이 줄어드는 낭패를 당했다.
‘지역민의 윤택한 문화생활 영위를 위한다’는 당초 설립 취지가 무색하다.
이곳 관계자는 “모든 예산을 일률적으로 깎는다는데 무슨 항변을 할 수 있겠는가. 그저 묵묵히 따라야지만, 이건 아니지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문화예술은 경제논리로 해석하면 과연 무슨 일을 할 수가 있겠는가”고 했다.
이들의 주장은 지자체가 살림살이가 어려워 뭔가를 줄여야겠는데, 그러다 보니 당장은 ‘큰일’이 생기지 않는 문화를 택했다는 것이고, 그런 게 섭섭하다는 것이다.
최근 불거진 경남문학관 문제는 지자체의 문화 홀대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경남문학관은 그간 경남도와 창원시의 지원으로 운영돼 왔는데, 올 들어 경남도가 문학관이 시 소유라며 지원비를 예산안에 편성하지 않았다는 것. 이로 인해 지원금 교부가 이뤄지지 않아 공과금을 내지 못하고 있는 처지가 됐다.
경남문학관의 설립 경과나 그간의 운영 방식을 따지기 이전에 한 해 5000만 원짜리 문학관 하나 보듬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것은 ‘일류’를 외치는 지자체의 자세는 분명 아니지 싶다.
지방선거가 달아오르고 있다. 모두가 앞다퉈 잘사는 지역만들기 공약을 내놓고 있다. 늘 그랬듯 경제 얘기뿐 문화·예술을 어찌 해보겠다는 약속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들은 아직도 지역민들이 밥 한술에 목숨을 걸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어차피 되지도 않을 부자를 포기한 많은 사람들은 풍성한 문화·예술 속에 윤택하고 여유로운 삶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될 텐데.
이문재 문화체육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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