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문학관협회에 등록된 문학관은 74개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많은 100곳 이상으로 추산된다. 경남지역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문학관이 운영 중이다. 그중 경남문학관은 지자체나 기념사업회가 아닌 문인들이 자발적으로 문을 열어 주목을 받았다. 국내 최초의 도단위 통합 문학관이기도 하다.
지난 2001년 설립한 이후 처음으로 여성 관장으로 취임한 서일옥 관장을 만나 경남문학관의 현황과 역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2001년 경남문학관 설립 후 처음 여성 관장으로 취임한 서일옥 관장./전강용 기자/
-올해 초 경남문학관 사상 첫 여성 관장으로 취임했다. 늦었지만 소감을 말해달라.
▲1990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으로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지만 평소 책을 좋아하는 독자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책 속에서 지내게 돼 마음이 참 행복하다. 그리고 처음 맡은 여성 관장으로 전임 관장님들이 하셨던 일들을 잘 잇고, 부족한 부분은 더 섬세하고 확실하게 처리하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임기 동안 문학관이 문인들의 사랑방 역할뿐 아니라 도민들에게 문학의 향취를 공유하는 공간으로의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봉사하는 마음과 자세를 갖고 임하겠다.
-경남문학관에 대한 소개를 한다면.
▲경남문학관은 20년 전인 1998년에 경남문인협회 회원들의 절실한 요청과 결의로 출발했다. 지난 2001년 창원시 진해구 장복산 자락에 문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1억원과 지방비 5억원으로 지상 2층 건물에 전시실과 자료실, 세미나실을 갖춰 개관했다. 경남문학관은 경남 출신 문인들의 자료를 수집·보존하고, 조사·연구·전시·홍보·교육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도내 청소년과 일반 시민에게 문예교육을 하기 위해 설립된 국내 최초의 도 통합 문학관으로도 의미가 있다. 1층 전시실에는 1920년대 문예지인 ‘개벽’ 등 희귀도서뿐 아니라 경남 18개 지역의 문인 700여명과 작고문인 200여명, 출향문인 400여명의 저서와 육필원고, 지역에서 발간되는 문예지, 동인지 등 4만 점이 넘는 방대한 자료를 상설 보관, 전시 중이다. 시, 수필 장르의 경남문예대학도 꾸준히 운영하고 있는데, 문학의 꿈을 꾸는 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 많은 작가들이 배출되는 성과를 내고 있다. ‘화요일의 문학이야기’와 ‘문인 육필전’, ‘시화엽서전’, ‘문인 애장품전’ 등 주제가 있는 기획전시와 ‘작고문인 심포지엄’, ‘경남 시 예술제’, ‘문학 강연’ 등의 행사를 개최했으며 상·하반기로 나눠 ‘경남문학관 리뷰지’와 ‘경남문학연구’를 발간하고 있다. 또 교육청과 연계해 청소년의 진로·적성 탐구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올해는 학술심포지엄과 지역 5개 학교에 시인과 시낭송가가 찾아가는 신나는 예술여행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 중인 공립문학관 기준을 통과했다. 기대가 클 것 같은데.
▲문학진흥법 제정은 문학 진흥을 위한 사업과 활동을 지원하고, 문학 창작·향유와 관련한 국민의 활동을 증진함으로써 문학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더구나 지방의 문학 진흥 인프라 구축이 절실한 이때, 경남도 공립문학관에 선정 등록돼 앞으로 실질적이고 다양한 프로그램의 운영비 지원과 체계적인 관리가 마련된 것 같아서 큰 기대를 하고 있으며 환영의 박수를 보낸다. 그동안 다른 지역의 문학관에 비해 예산이 너무 부족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없어 안타까웠다. 명실상부한 경남의 대표적인 문학관 운영에 상응한 예산이 지원되면 우리 문학관도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몇 년째 빗물이 새는 등 문학관 운영 여건이 좋지 않은데.
▲빗물이 바닥으로 줄줄 새어 나와 자료가 조금씩 변질되어가고 전시대가 변형되고 있는 것을 보면 나이 든 자식이 우산도 없이 후줄그레 비를 맞고 서 있는 것을 보는 엄마의 마음이 든다. 빗물로 얼룩져 있는 천장과 벽면을 매일 바라보는 것도 상처가 된다. 그러나 예산이 없다 보니 그저 임시방편으로 물을 퍼내고 걸레질을 하고 신문지를 깔아 놓으면서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는 실정이다. 실내가 너무 습하고 눅눅해서 방문객들에게 불쾌감을 줄까 송구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다행히도 창원시에 요청한 누수공사비가 하반기 추경예산에 반영될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곧 누수복구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곧 문학관 부지가 기부채납이 끝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향후 계획은?
▲문학관이 처음 문을 열 당시, 창원시(옛 진해시) 부지를 2021년 1월까지 사용하도록 기부채납받았다. 기한이 끝나가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고심 중이다. 문학관의 시설이 노후화되고 운영할 공간이 협소해 증축 또는 신축 계획서를 제출한 바 있지만 문학관 운영 정체성이 모호해 단시일에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 우선 공유재산 사용허가 신청서를 다시 제출할 예정이며 그동안 문학관의 향방에 대해 다각적으로 논의해 나갈 생각이다.
-문학관장으로서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위대한 문인들을 많이 배출한 경남의 위상에 걸맞은 문학관으로서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간이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점점 늘어나는 방대한 자료들을 보관, 전시하는 장소가 협소하고 보존적 가치가 있는 중요한 자료가 훼손되는 것도 방지하며, 청소년과 도민들에게 다양한 문학적 체험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경남의 대표 문학관을 신축했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바람이다. 하지만 여의치 못할 시에는 현재의 건물을 리모델링해 자료의 관리·보존 역할을 겸비한 수장고로 활용하고 그 옆 부지에 건물을 증축해 오롯이 경남도민과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문학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체험공간으로 활용하고 싶다. 이를 위해 경남도와 창원시가 대승적 차원의 협의와 지원을 해주길 요청한다.
-도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경남문학관은 지역 문학의 과거와 오늘을 조망할 수 있고, 다양한 문학 관련 행사를 통해 도민들에게 문학의 향기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곳이다. 가족, 친구와 함께 시간을 내어 한번 방문해 보길 권한다. 값진 책들로 가득 찬 공간에서 자신의 꿈을 가꿀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문학관은 앞으로도 지역민과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께 편하게 문학관을 찾을 수 있도록 봉사와 친절의 마음으로 문턱을 낮추는 데 노력하겠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 서일옥 관장은?
마산 출생으로 경남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90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로 등단했으며 시조집 ‘영화스케치’, ‘그늘의 무늬’, ‘병산우체국’, 동시조집 ‘숲에서 자는 바람’을 발간했다. 한국시조시인협회 부이사장, 오늘의 시조시인회의 부의장, 한국문인협회 마산지부장, 경상남도 창녕교육청 교육장을 역임하고 가람시조문학상, 김달진창원문학상,경상남도문화상, 경남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경남문학관 관장과 마산예총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