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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의 문학이야기 - 경남도민일보
작성자 munhak
댓글 0건 조회 2,981회 작성일 200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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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 시인 “진해·마산은 내 문학 자양분”
‘화요일의 문학이야기’ 경남문학관 초청 강의

 


임채민 기자 lcm@dominilbo.com


 


 

지난 22일, 경남문학관(관장 정목일)에서 매달 마련하고 있는 ‘화요일의 문학이야기’에 울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일근(48) 시인이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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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임채민 기자
8월의 초청문인으로 경남문학관에서 강연을 가진 정 시인은 자신의 문학을 꽃피운 토양(고향)을 더듬어 보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고향을 찾은 남다른 소회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정 시인이 추억하는 진해는 “살기 위해 숨어들던(흑백다방 중)” 흑백다방이 있었던 곳이고, 1979년부터 진해문협 사무국장으로 활동했던 곳이기도 하다. “황선하·방창갑 선생에게서 시와 인생을 배운 기억이 아직도 뚜렷하다.”

정 시인은 어린 시절 주위의 환경으로부터 받은 영향은 평생을 자신의 몸과 같이 하며 영감으로 작용한다며 진해 벚꽃에 얽힌 이야기 한 자락을 풀어냈다.

“(진해 벚꽃을 보면서) 화려함과 그 화려함이 끝난 후의 쓸쓸함을 느꼈습니다. 진해군항제가 끝날 즈음이면 반드시 비가 왔고, 추적추적하게 꽃잎이 떨어진 풍경은 그야말로 ‘파장’이었습니다. 가을이면 통학 길에 벚나무 낙엽을 밟으며 수없이 걸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제 문학의 자양분이라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정 시인은 그렇게 몸 속에 각인된 ‘진해의 경험’으로 시를 써내려 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시인은 “시는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읽어야 하는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눈으로 본 시는 머리 속에 잠시 머물다가 밖으로 빠져나가 버리는데 반해, 손으로 읽은 시는 손을 타고 들어와 몸에 남는다는 것이다. 이는 그의 습작시절 창작공부와 깊은 연을 맺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그는 시를 공부하던 시절 좋은 시를 베껴 쓰는 작업을 쉼 없이 했다고 한다. 시를 베껴 쓰다보니 손가락에는 ‘펜 혹’이 생겼지만 몸 속에는 그 시인들이 느끼고 말하고자 했던 바가 스며들더라는 것이다. 정 시인의 이와 같은 경험은 “시는 곧 수공업이다”라는 아포리즘으로 이어졌다.

수공업으로서의 문학이 이제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진단은 ‘문학의 죽음’이라는 암담한 현실과도 연관된다.

“시는 곧 수공업이다 철저한 취재·경험 중요”

“1000만 관객 영화가 속속 나오는데 시집 10만 권 판매는 전설이 된지 오래입니다. 우리나라 시인이 1만 명을 넘어선 지 오랜데 어떻게 된 일인지 1000권 팔리는 시집도 드문 현실이 되었습니다.” 암담한 현실에 대한 시인의 송곳 같은 분석은 계속 이어졌다. “언어를 조탁하는 시인들이 공부를 하지 않습니다. 늘상 쓰는 단어만 쓰고 사물에 대한 철저한 취재보다는 손쉬운 의미 부여에만 매달립니다. 자기모방과 동종교배가 판치고 있습니다.”

정 시인은 <경주 남산>이라는 시집을 펴내기 위해 ‘경주 남산’을 400회가 넘게 오르내렸다고 한다. ‘늑대 산악회’라는 것을 결성해 야간에 산행을 한 것만도 100회라고 했다. 물론 처음부터 시를 쓰기 위해 남산을 오르내린 것은 아니지만, 시의 대상에 직핍하는 시인의 내적 치열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대목이다.

강연을 하는 정 시인의 모습은 건강해 보였다. 오랜만에 정 시인을 만난 지인들은 “더 날씬해지고 젊어진 것 같다”며 한마디씩 했다. 이날 경남문학관은 모처럼 청중으로 만원을 이루었다.

정 시인은 경주 남산을 두고 “오를수록 높아지고 내려올수록 깊어지는 산”이라 했다. 그에게 있어 ‘시’도 그런 것이 아닐까? 어쩌면 그 자신이 ‘경주 남산’이 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2006년 08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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