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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경남신문
작성자 경남문학관
댓글 0건 조회 914회 작성일 2021-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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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경남문학관이 열리면

  • 기사입력 : 2000-03-06 00:00:00

  •  잘 사는 나라에 가면 고을마다 제 고을 예술을 자랑한다. 예술을 즐기자
    고 많은 돈을 들여서 로마나 파리로 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다. 아이
    들에게 괴테나 피카소를 가르칠 이유가 없다던 北歐의 한 교사가 생각난
    다. 아름다운 山河가 있으면 예술이 무성하게 마련이란 신념을 보이면서 고
    향 토박이 예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자신감이 부러웠었다.

     예술은 무엇보다 먼저 우리로 하여금 사랑하는 방법을 체험하게 한다. 무
    엇을 사랑하란 말인가? 예술은 자연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
    하라고 한다. 그 방법을 터득하려고 우리는 예술을 찾는다. 예술은 어머니
    품안 같은 것이며 삶을 반갑게 하는 고향 같은 것이지 難解해서 친하기 어
    려운 학문 같은 것이 아니다.

     왜 향토문화로서 제 고을 예술이 무엇보다 소중한가? 사람을 사랑하자면
    가까이 있는 사람부터 사랑할 줄 알아야 하고, 삶을 사랑하자면 먼저 이웃
    하고 있는 삶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하며, 自然을 사랑할 줄 알자면 먼저 고
    향산천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하는 까닭이다. 이런 까닭에 우리 것을 떠나서
    世界化를 생각할 수 없음이요, 이런 까닭에 무엇보다 제 고을 예술을 먼저
    소중하게 마주해야 한다. 그러면 향토의 문화의식은 자생적으로 향상되며
    문화적 품위를 얻는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문화의 優劣을 인정하고 문화의 序列化가 가능
    한 것처럼 착각하려는 징후를 보일 때가 많다. 마치 서울문화가 중심이고
    지방문화는 변두리에 불과하다는 卑下意識이 있다는 오해를 받게 하는 경우
    도 허다하다. 이러고서는 우리네 自文化를 强文化로 이끌어 갈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전국의 문화풍토가 한 색깔이라면 한국문화는 죽고 만다. 純種一色은 제
    대로 진화를 못하는 것처럼 문화도 예외가 아니다. 각 고을마다 나름대로
    향토문화를 열심히 키워가야만 한국문화가 다양화돼 强文化로서 세계무대에
    서 경쟁력을 갖춘다. 강원도문화 전라도문화 경상도문화가 저마다 제 얼굴
    을 갖출수록 한국문화의 文化變容은 활발해진다. 지방의 제 고을 문화가
    제 색깔을 갖추고 있어야 한국문화가 한국인의 創意力을 創出하는 근원이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21세기에 접어들자마자 전국에서 처음으로 경상남도가 경남문학관을 연다
    고 한다. 道로부터 지원을 받아 이미 짓기 시작하여 올해 가을이면 개관한
    다는 소식이다. 더욱 기쁜 소식은 경남문인들을 위한 문학관이 아니라 도민
    들로 하여금 문학을 가까이 하게 하려는 문학관으로 태어난다는 것이다. 문
    학을 체험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일깨우게 한다는 뜻은 결국 창의
    력을 높이려는 운동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21세기의 경쟁력을 위해 예술이
    국외자가 아님을 알리는 일도 한몫 할 것이므로 文人의 역할이 드높아질 것
    이다.

     여전히 정치 경제 과학만 중하다는 풍토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서도 21세기는 創意力으로 경쟁하는 시대라고 異口同聲으로 주장하
    고 있다. 물론 21세기는 그렇게 전개될 것이다. 그러하다면 그 창의력을 솟
    게 하는 샘은 어디에 있을까? 첫째는 자연이요, 둘째는 예술이다. 정치 경
    제 과학에는 그런 샘이 없는 편이다. 이는 筆者의 주장이 아니라 이미 보편
    성을 얻고 있는 상식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상식에 참으로 어둡다. 우리
    는 아직도 예술을 얼굴의 눈썹 정도로 취급하려는 氣流가 벗겨지지 않고 있
    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경남도청이 문학관 건립의 예산을 전담했다는 것은 특별한 의의
    를 갖는다. 도민들로 하여금 창의력을 계발하도록 동기부여를 다양하게 실
    천하겠다는 道政의 의지가 돋보이는 까닭이다. 마을마다 도서관이 있는 나
    라들이 있는가 하면 고을마다 다양한 박물관이 즐비한 나라들이 있다. 국민
    을 모두 창조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당사자로 교육시키려는 문화정책의 일환
    으로 그렇게 한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문화의식이 결여돼 항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짓을 범하면서 한
    발 늦는 경우가 많다. 21세기는 날마다 변화의 흐름을 타지 않거나 못한다
    면 뒤지게 되어 있다. 경쟁력이 곧 창의력이란 등식이 생활의 상식으로 드
    러나고 있다. 이러한 등식을 만들어내고 풀 수 있는 두뇌는 예술 속에서 성
    장한다는 사실은 미래를 약속한다.尹在根(객원논설위원·漢陽大 敎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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