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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편지를하겠어요 그대가 받아주세요-경남도민일
작성자 munhak
댓글 0건 조회 3,080회 작성일 200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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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그대가 받아주세요
경남문학관 ´가을에 쓰는 편지 한통´전

 


임채민 기자 lcm@dominilbo.com


 


 



'물리치료실 창밖으로 보이는 가을하늘이 어찌나 높고 푸른지 콧잔등이 절로 시큰해집니다. (한후남 수필가가 정목일 수필가에게 보내는 편지)'가을을 노래한 시편들은 수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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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문인 100여명 소소한 일상 한눈에

가을을 노래할때면 으레 ´편지´라는 소재는 후렴구처럼 따라붙는다.
가을은 누군가를 생각나게 하는 계절이고, 누군가가 생각난다는 것은 그에게 말을 걸고 싶다는 것의 또 다른 표현이기 때문일까?여기 정성들여 육필로 쓴 도내 문인들의 편지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
이달 31일까지 경남문학관(관장 정목일)에서는 ´문학의 샘-가을에 쓰는 편지 한통´이라는 자료전이 열린다.지난달 30일 시작된 이 전시회에 도내 문인 100 여명이 소장하고 있던 편지를 내놓았다.
자신이 직접 써 보낸 것과 받은 것을 망라해 기증했다.
행사 초대 부탁글에서, 안부를 묻는 글, 보내 준 책에 대한 답례 글, 그리고 연애편지까지 내용은 다양하다.
형식도 산문과 시를 넘나든다.
한지에 멋스럽게 수묵화를 그려넣은 편지지도 눈에 띈다.
서정주·김동리·조연현 등 한국 문학계 거목들의 친필 원고가 있는가하면, 원고지 수십매가 넘는 장문의 글도 전시되어 있다.
편지를 주고 받은 시기는 1950년대에서 2006년 현재까지다.

신속하고 정확한 이메일과 휴대전화가 개인간 소통을 전담하는 현대사회에서 느리기만한 ´편지´라는 도구로 각종 소식과 사유를 전달해온 문인들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가령 강은교 시인이 박철석 시인에게 보낸 편지 중에는 '그때 한지 종이를 열심히 보관하고 있었습니다만, 이사하는 통에 잃어버렸습니다'와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강 시인은 전화로 하면 단 몇초 만에 전달할 수 있는 말을, 쓰고 부치는 수고를 들여가면서 3∼4일이 소요되는 전달수단을 선택하고 있다.

편지하면 연애편지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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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잘드는 곳에서의 연애편지´라는 제목이 붙은 임솔내 시인의 편지글을 보자. '임어당이 발견한 삶을, 양주동의 끽연을, 이중섭의 물감을. 우리는 뒤집어 쓰고 살았지. 시지프스의 돌도 날랐고, 카프카의 날카로운 눈초리를 먹으며 언덕배기에서 고도를 기다리다 잠이들고…. 사랑한다네. 나는 자네를 자네는 나를… 결코 슬프지 않게… 그래도 되겠는가? 2005.4.27' 아동문학가 임신행은 손자에게 애틋한 정을 담아 '세상의 모든 것 하나 하나가 두려움과 경이로움으로 차있지 않은 것이 없네'라고 읊조리고 있다.
마지막에는 '자네 할아버지가 쓰네'라는 인사말이 뒤따른다.
출향문인과 도내문인을 나눠 전시된 편지글을 주욱 읽다보면, 작품에서 맛보는 감동과는 또 다른 울림을 느낄 수 있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사유의 단서를 건져올리는 문인들의 고투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경남문학관에서는 오는 14일 경남작고문인 문학심포지엄을 계획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정진업 시인과 리명길 시인의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2006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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