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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문학관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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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월요문화기획]
작성자 경남문학관
댓글 0건 조회 680회 작성일 2021-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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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비만 와도 천장서 ‘뚝뚝’, 왕따 문학관의 서러운 ‘눈물’

[월요문화기획] 경남문학관, 이대로 괜찮은가

  • 기사입력 : 2014-03-1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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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진해구 태백동의 경남문학관에 빗물이 새 일부 서재를 비워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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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빗물이 새 전시 중이던 책을 책상 위로 옮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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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문학관 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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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고 문인 전시장에 김춘수, 이병주 등의 책이 꽂혀 있다.


    바다를 접하고, 경치가 수려한 강과 깊은 산자락도 품고 있어서일까. 박경리, 이병주, 천상병, 김달진 등 경남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을 많이 배출했다.

    문학작품도 덩달아 풍성해 작가와 작품을 기리는 뜻에서 만들어진 문학관이 10여 개가 있다.

    그중에서는 더욱 특별한 문학관이 있다. 개인이 아닌 경남 문인들의 자료를 한데 모아 놓은 경남문학관. 2001년 개관한 이곳은 도 단위 규모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생겼다.

    하지만 개관 14년째, 설립 당시와는 달리 완전한 시립도, 도립도 아닌 형태의 애매한 정체성을 가진 현재 경남문학관(사진)은 위기를 맞고 있다.


    ◆비 새는 문학관

    3월 초순, 창원시 진해구 태백동 산 98-1. 지난해에야 교통표지판에 등장했지만 외진 곳에 있어 표지판을 보더라도 찾아가기 어려운 곳이 경남문학관이다. 바깥은 따뜻한 봄기운이 도는데도 경남문학관 전시실은 들어서자마자 한기부터 느껴진다. 문학관에 있는 하나뿐인 전시실이지만, 사람들이 여럿 와야 난방시설을 가동한다. 전시실 안에는 딱딱함이 느껴지는 책장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벽을 왼쪽에 끼고 찬찬히 돌아보면 먼저 작고 문인들의 코너가 있다. 이름난 도내 문인들의 작품들이 개인당 가로·세로 30㎝ 남짓한 칸 안에 들어 있다. 전시장이 좁아 한 문인에게 많은 자리를 내 줄 수 없다. 이름과 대표작만 적어놓았을 뿐이다. 책장이 높기 때문에 어린이들은 위쪽에 전시돼 있는 문인들은 보기도 어렵다.

    이어 출향 문인들의 작품이 이어진다. 그러다 왼쪽 벽면 모퉁이에 있는 한 책장이 텅 비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앞에는 그 책장에서 나왔음직한 책 100여 권이 쌓여 있었다. 천장에서 비가 새서 책들이 젖을까 봐 내놓은 것이다. 맨 아래칸에는 <현대문학> 초창기 호들을 보관하고 있었다.

    경남문학관 정이경 사무국장은 “이슬비만 와도 책장으로 물이 뚝뚝 떨어져서 책이 젖을까 봐 얼른 내놓았다”며 “2012년에 한 차례 공사를 했는데, 제대로 안 돼 올해 시에서 2000만 원을 지원해 공사를 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출향 문인들을 지나면 도내 거주 문인들을 장르별로 소개하고, 책을 보관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도내 문예지와 동인지들을 모아놓았다.

    복판에는 오래된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흰 몸통에 유리로 된 전시대가 줄줄이 서 있다. 여기에는 귀중한 자료들을 전시한다.

    100여 년 전 책과 1920년대에 출간된 책들이 여기에 있다. 1923년 조선도서주식회사에서 펴낸 김억의 ‘해파리의 노래’, 1925년 발간된 김동환의 ‘국경의 밤’까지 유물 수준의 자료다. 1950년대의 이상전집, 현대 영시선, 님의 침묵 등 보기만 해도 오래돼 보이는 옛 서적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줄줄이 눕혀 놓고 발행일과 기증자만 적어놓았을 뿐, 부가적인 설명이나 자료가 나와 있지 않았다. 전시공간의 부족, 운영비 부족 때문이다.


    ◆경남 문학계의 보물

    “도 단위로 생긴 첫 문학관입니다. 자료 면에서도 1등이지요. 문인들의 자료를 이렇게 다 모아놓은 곳이 어디 있나요?”

    경남문학관에는 1920년대뿐만 아니라 전국 문예지의 창간호 등 오래된 서적이 많다. 전부 합하면 보유 장서만 3만7000여 점에 달한다.

    고(故) 황선하 시인, 고 전기수 시인, 고 신상철 수필가 등 작고 문인들이 평생에 걸쳐 모은 책들을 여기에 기증했기 때문이다. 생존해 있지만 돌아간 이후 책과 유품을 기증하겠다고 하는 문인들도 있다. 경남 문학사의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뿐이 아니다. 경남문학관은 다양한 문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경남문예대학. 10년째 계속 운영하면서 시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쉽게 문학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올해는 시와 수필반으로 11기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하나의 주제를 갖고 도내 문인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기획전’, ‘경남문학관 리뷰지’ 발간, 교육청과 연계해 진행하는 ‘청소년 진로·적성탐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시인과 비평가를 초청해 문학이야기를 나누는 ‘화요일의 문학이야기’와 ‘경남문학제’, ‘작고문인 심포지엄’을 열면서 문학을 체험하고, 도내 문인들을 조명하는 사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여러 문학 행사를 개최할 때 대관을 해주면서 도내 문인들이 모일 수 있는 역할도 맡고 있다.


    ◆경남문학관의 정체성

    소중한 공간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경남문학관은 아슬아슬한 줄타기 곡예를 하고 있는 중이다. 경남도와 창원시 두 곳에서 매년 5000만 원을 지원받고 있지만 도립도, 시립도 아닌 상황이라 정체성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복잡하게 얽히게 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건립 때의 상황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경남문학관은 설립 당시 경남문인협회에서 문인들이 뜻을 모아 3000만 원을 모으자 도가 나머지 건축자금을 댔다. 이때 접근성 때문에 옛 마산·창원시에 건립하는 안도 나왔지만 마땅한 자리가 없다는 얘기에 진해시가 부지를 제공하면서 문학관을 지었다.

    이후 도와 경남문인협회가 진해시에 기부채납을 하면서 문학관 부지·건물은 자연스레 통합 창원시로 넘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운영의 주체는 경남문인협회인 데다 ‘경남’으로 도 단위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서로 떠밀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남도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경남문학관 건립 당시 도가 자금을 댔지만 기부채납으로 시가 건물과 부지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시립문학관이 맞다”며 “도내 문인을 포괄하는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건립 이후 지원은 계속해서 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창원시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설립 당시 도와 경남문인협회가 뜻을 맞추다 당시 진해시가 부지를 제공하면서 이후 (통합) 창원시로 넘어오게 됐는데, 현재 시 차원에서 인력을 지원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도에서 나온 교부금에 시 부담금이 있는 형태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문학관이 도내 문인 전체를 다루고 있어 시립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예산 지원도 이러한 문제로 늦어졌다. 도 문화예술과에서는 당초 2000만 원의 예산을 책정했으나, 재정점검단의 민간위원이 창원시가 소유하고 있는 부분인데 예산을 줘야 하냐는 의견을 내면서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는 시도 지원을 늦췄다.

    대부분 운영비로 쓰이는 예산을 지난 2월 14일에서야 시로부터 받아 2013년 12월~올 1월 공과금이 체납되고, 홈페이지 서버가 끊겼다. 상근 근무자 두 명의 월급도 밀렸다.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와 문인들이 이의를 제기해 추가경정예산에는 도 지원금이 편성될 것으로 보이지만, 문학관 정체성이 정립돼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김미윤 경남문학관장은 “시립도, 도립도 아니라고 해서 예산을 안정적으로 받지 못하고, 10년째 예산도 동결돼 상근자 2명의 월급과 공과금을 빼고 나면 사업을 진행할 여유가 없다. 지난해에도 문인들의 협찬을 받아 자체 자금으로 리뷰지를 발간했다”며 “경남문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면서 경남 문학의 맥을 잇고, 도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문학관의 미래는

    경남문학관의 뜻을 살리고, 활성화시키는 방안들이 나오고 있다.

    크게는 세 가지다. 현재 상태에서 지원을 늘리는 방안, 도립 형태로 전환하는 방향도 나오고 있으며, 협소하고 외진 곳에 있는 현재 문학관을 진해문학관으로 쓰고 접근성이 좋은 곳에 새로 문학관을 짓자는 제안도 나왔다.

    도내 문인들의 문학활동을 지원하고 문인들의 자료 수집과 정리, 도민들을 위한 문예교육을 위한다는 설립 목적에 맞추려면 현재의 장소는 너무 협소하다는 의견이 우세한 데다, 지금 문학관 건물은 증축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곳은 2012년에 개관한 ‘도립 전북문학관’이다. 개관 전 도 단위로 먼저 설립된 경남문학관에 자문하러 오기도 했다.

    전북문학관은 과거 전북도지사 관사로 사용하던 곳을 외국인 학교로 쓰다 학교가 없어지자, 전북문인협회가 이곳을 문학관으로 활용하자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건립됐다. 전시실만 4개로 상설과 특별전을 열고 있으며, 별관으로 있는 문예관에는 문학카페를 운영해 수익사업으로 활용하고 있다. 문예교실 등 다양한 강좌도 연다. 몽룡실과 춘향실로 나눈 생활관에는 문인이라면 누구나 장기 숙박하면서 지역 문인, 주민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따라서 이곳에 묵는 레지던스 작가들과 함께하는 문화행사도 열리는 등 지역 문화의 부흥을 일으키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비로 연간 1억 원의 지원을 받고, 카페 운영 수익금, 응모해 선정된 사업금 등으로 운영·사업을 한다. 도립이지만 전북문인협회에 위탁해 문협이 관장을 정하고 운영을 도맡아 문인들의 자율성도 보장된다.

    반면 경남도와 창원시는 아직까지 경남문학관의 향방에 대해서 별다른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도립 혹은 시립 형태로의 전환 계획은 전혀 없다.

    이에 대해 경남문인협회 김연동 회장은 “경남의 문학계를 지지해 줄 경남문학관을 이대로 둬선 안 된다”며 “전북문학관처럼 문학관의 성격에 맞게 도립으로 전환해 도내 문예사업을 일으킬 수 있도록 지원하고, 문인들에 운영을 맡기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사진= 김승권 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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