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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뭐하꼬]
작성자 경남문학관
댓글 0건 조회 710회 작성일 2021-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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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꼬] 가을 문향(文香)에 빠지다- 도내 문학관을 찾아

책장을 들추다 그가 문득 그리워지면… 이곳으로 가자

  • 기사입력 : 2014-10-16 11: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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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청마 유치환-행복-

     청마 유치환은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행복하다'며 에메랄드빛 하늘이 보이는 우체국 창문 앞에서 사랑하는 이에게 편지를 썼다.

     그래서 그는 그 순간 행복해했다.

     제법 싸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바람이 불고 낙엽이 하나둘 떨어져 거리를 뒹군다. 하늘은 눈이 시릴 만큼 푸르다.

     생각이 많아지는 가을이 왔다.

     이 사색의 계절, 사랑했기 때문에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행복했던 청마의 행복에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그들의 행복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문학작품 하나쯤 찾아 읽는 것도 즐거울 것 같다.

     우리지역에는 청마 유치환을 비롯해 이은상, 이원수, 박경리, 이병주, 천상병 등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인들이 즐비하다. 젊은 날 한때 긴긴밤을 하얗게 지새우게 했던 박경리의 '토지'나 이병주 '지리산'의 소설 무대와 이원수의 '고향의 봄', 이은상의 '가고파'의 모티프도 경남이다.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발표한 지 수십 년이 지나고 작가가 모두 작고했지만 다시 읽어도 진한 감동이 전해진다는 데 있다.

     작품을 읽는 것으로 부족하다면 직접 작가들을 만나러 문학관 여행을 떠나보자. 책과는 또 다른 감동이 기다리고 있다.

     문학관은 작가의 작품에서 볼 수 없는 삶과 치열한 문학적 열정이 고스란히 되살아나는 곳이다.

     문학의 시대는 갔다고 하지만 의외로 문학관은 많다. 한국문학관협회에 등록된 전국의 문학관은 61개. 등록하지 않은 개인 사설문학관까지 합치면 100개는 넘을 것이라는 게 문학계의 추산이다.

     경남에는 11곳의 문학관이 있다. 이 가운데 7곳이 작가의 이름을 땄다. 이현근 기자


     ◆경남문학을 한자리에/경남문학관

     진해 태백동에 위치한 경남문학관은 경남출신 문인들의 문학 활동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청소년과 시민들이 함께하는 문학 행사도 마련하고, 문학도들의 창작 공간도 제공하고 있다. 경남 문학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만큼 전시실에는 도내 문인의 저서와 사진자료, 육필원고, 지역에서 발간되는 문예지, 동인지들이 가득하다. 전시실에는 이은상, 유치환, 권환 등 작고문인 105명의 저서 411권과 자료 58점, 경남출신 출향문인 309명의 저서 1285권과 자료 156점, 도내 문인코너에는 360명의 저서 1142권, 자료 130점, 지역문학코너에는 도내문학단체와 동인지 85개의 890점과 도내 활동 중인 문인들의 자료 2만여 권이 전시돼 있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에 문을 연다. 경남문학관은 매년 기획전시회와 문학행사를 갖고 있다.


     ◆마산문학 힘 /마산문학관

     남쪽바다 가고파의 도시인 마산은 이은상과 권환, 이일래, 이원수, 정진업, 김수돈, 김춘수, 천상병 등 걸출한 문인들을 배출했다. 마산이 문화예술의 전성기가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6·25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문인들이 피란을 오면서다. 기존 마산출신 외에도 김상옥, 김남조, 이영도 등 당대 내로라하는 문인들이 문학활동을 벌이며 마산지역의 활발한 문학풍토를 마련했다. 한편으로 가포에 있던 국립마산결핵병원에 김대규, 구상, 김지하 등 병 치료차 왔다가 결핵문학의 산실이 됐다. 이 때문에 마산문학관은 마산문학인들의 저서와 마산과 관련된 결핵문학을 비롯해 각종 문예지와 동인지, 유품, 육필원고가 전시돼 있다. 2층에는 도서열람실까지 갖추고, 앉아서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향의 봄'/ 이원수 문학관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그속에서 놀던때가 그립습니다./-이원수 '고향의 봄' 중에서

     아동문학의 거목 이원수의 '고향의 봄'은 1926년에 만들어져 88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아리랑'에 비견될 만큼 즐겨 부르는 노래다. 선생이 어린 시절 살던 창원 소답마을의 기억을 노래로 표현하며 누구나의 고향노래가 되었다. 지난 2003년 선생의 '고향의 봄' 동요에 나오는 '꽃피는 산골' 창원 서상동 고향의봄도서관내에 이원수 문학관을 건립해 선생의 문학작품과 문학 업적을 알리고 있다. 문학관내 입구에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흉상도 세웠다. 이곳에는 선생의 친필원고와 도장, 안경, 만년필, 친필시화액자와 수첩 등 유품 36점과 부인 최순애 선생(오빠생각의 작가)의 유품, 도서자료 2700여 권이 있다. 선생의 일생을 앨범으로도 만들어서 한눈에 그의 생을 들여다볼 수 있다. 유품에는 그의 세세한 사생활까지 나와 있어 친근하고, 동시와 동화작가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려던 선생의 체취가 그대로 남아있다.


     ◆수도자적 초월의식/김달진 문학관

     여름하루 비 속에서 밝았다 비 속에서 저물었다/중략/아 모든것 아무것도 없었다 한 가락 꽃향기도 없었다/끝내 바람처럼 나는 가리라 나는 바람처럼 가고 있었다/김달진 릫바람릮 중에서

     시인이며 승려이고, 한학자이자 교사였던 김달진 선생은 창원구 웅동(지금의 진해구 소사동)에서 태어났다. 그의 문학관 옆에는 정갈하게 복원한 생가가 있다. 큰 감나무 아래 지금도 사용하고 있을 것 같은 우물까지 있다. 문학관 입구에는 완고하면서도 부드러움을 동시에 보여주는 김달진 선생의 흉상을 마주하게 된다.

     김달진 선생은 이름에 비해 작품이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승려이고 한학자였던 만큼 깊은 정신세계가 문학세계에 그대로 전이돼 있다. 문학관에는 그의 유품과 작품들이 잘 전시돼 있다. 그를 좋아하는 후배문인들이 주축이 돼 매년 김달진 문학제와 문학상을 운영하면서 선생을 기리고 있다.?


     ◆소리없는 아우성/청마문학관

     통영항을 바라보는 통영시 태평동 망일봉 기슭에 청마 유치환의 생가와 문학관이 자리 잡고 있다. 돌계단을 오르면 왼편에는 문학관이 있고 다시 오른편 돌계단을 돌아 오르면 생가가 있다. 지난 2000년에 개관한 문학관 전시관에는 그의 삶을 조명하는 '청마의 생애'와 작품의 변천 과정을 볼 수 있는 '청마의 작품세계', 그의 유품과 청마관련 평론, 서적 논문을 정리한 '청마의 발자취', '시 감상코너'로 이어져 있다. 청마의 육필 원고 등 유품 100여점과 각종 문헌자료 350여점도 전시돼 있다. 청마는 생명을 소재로 가장 치열한 사상과 열정을 토해낸 시인으로 '생명의 서', '깃발', '행복', '바위' 등 주옥같은 작품은 널리 알려져 지금도 주말이면 200~300명이 찾아올 만큼 그가 남긴 작품의 여운은 길다. 통영 시내에는 그의 시 '행복'에 나오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과 평생 흠모하며 5000여 통의 편지를 보낸 시조시인 이영도 선생을 그리워하던 애틋함도 남아 있다.


     ◆정열의 작가/이병주문학관

     하동군 북천면 직전리 야산에는 나림 이병주의 문학관이 코스모스 물결 속에 자리 잡고 있다. 문학관 인근에 코스모스 대단지가 조성돼 가을이면 꽃구경 온 이들이 문학관에도 들르는 코스가 되고 있다. 작가이자 언론인이기도 했던 이병주는 하동출생으로 27년 동안 한 달에 1000여 매의 원고를 쓴 초인적인 열정을 보이며 한국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80여 권의 방대한 작품을 남겼다. 2층 건물의 문학관은 규모에서 다른 문학관에 비해 널찍하다. 전시실 가운데는 커다란 펜 모형을 중심으로 연대기 순서로 그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볼 수 있도록 잘 정리돼 있다. 전시실 한편에는 그의 대표작인 릫지리산릮의 한 장면을 모형으로 만든 디오라마와 작가가 원고를 집필하고 있는 모습의 책상과 인형, 영상 자료들이 함께 있어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실 밖에는 정자와 코스모스단지를 구경할 수 있는 데크까지 마련돼 문학관이자 공원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소설이 아닌 현실의 릫토지릮/평사리문학관

     한국 소설의 한 획을 그은 박경리 선생의 소설 '토지'의 무대는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일대다. 하동군이 소설속 릫최참판댁릮을 영남지역 전형적 양반 가옥과 소설 속에 나오는 배경을 실제 마을처럼 복원해 공원화하면서 드라마세트장으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곳에 평사리문학관도 건립해 박경리 선생을 기념하는 동시에 지리산권 문학작품도 소개하고 토지문학제도 개최하고 있다. 언뜻 박경리 선생이 차지하는 한국문단의 비중에 비해 평사리문학관은 토지에 대한 소개와 선생의 연보 등을 전시해 놓은데 그쳐 사실 단출하다는 인상이다. 그러나 평사리 공원 전체가 토지 소설을 무대로 정교하게 배치돼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평사리문학관만 별도로 놓고 생각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평사리 자체가 거대한 문학관인 셈이다.


     ◆바다가 낳은 시인/박재삼문학관

     삼천포 노산공원에 위치한 박재삼 문학관은 3층 규모로 전시실과 창작실 등이 있다. 삼천포 바닷가가 내려다보이는 이곳은 생전 그가 자주 올라 바다를 보던 곳이다. 입구에는 시인의 전신동상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긴 의자에 앉아 있다. 1층 전시실에는 시인이 생전에 앉아서 글을 쓰던 골방을 재현하고 앉은뱅이 책상위에는 안경과 필통 등 실제 사용하던 용품을 재현해 놓았다. 소탈하고 소박한 그의 성품을 읽을 수 있는 '박재삼과 사람들의 이야기'도 읽다보면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이용해 독특한 구어체 어조로 시어를 표현한 한국적 서정시인으로 불리는 이유를 느낄 수 있다.


     ◆꿈과 희망의 공간/이주홍어린이문학관

     문학관은 많지만 어린이문학관은 드물다. 합천댐 주변에 자리한 문학관은 향파 이주홍선생의 초가집 생가와 함께 만들어졌다. 이주홍 선생의 문학관이 부산에도 있지만 고향인 합천에는 차별성을 두어 어린이문학관을 건립했다. 문학관 내 상설전시장에는 어린이문학 전반에 대한 내용과 이주홍의 생애와 작품을 소개를 비롯해 생전 입던 양복과 집필하던 책상도 전시하고 있다. 어린이문학관답게 퍼즐맞추기와 소망날리기 우체통, 이주홍 선생의 소설 '톡톡할아버지'에 실린 '깨어진 거울'을 볼록거울로 전시해 아이들이 심심하지 않게 관람하도록 하고 있다.

    이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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