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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수 기자 (dino999@idomin.com)
- 입력 2023-05-07 12:05 일
- 노출 2023-05-07 16:02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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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소희·김혜영·이우걸·성선경 등 도내 문인 40여 명 참여
“그녀는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요즘 홍차 수업한다고 하지 않았니? 그래서 네가 좋아할 만한 찻잔을 골랐어’라고 말했다. 내 마음에 꼭 든 찻잔이었다. 그녀의 미소만큼 예쁜 분홍색 찻잔 한 세트였다.”(배소희 수필가)
“치매로 힘든 시간을 보내신 어머니/ 발이 세 개 달린 찻잔을 볼 때는/ 어머님이 생각난다/ 기스는 났지만, 어머님과 함께 온 찻잔/ 삼각 발이 달린 찻잔은 조금 화려하다/ 커피와 인삼차를 가끔 드셨던/ 그 모습이 그리워진다.”(김혜영 아동문학가)
창원시 진해구 경남문학관(관장 이월춘)이 올해 상반기 기획전으로 ‘이 잔(盞)에는 …전’을 마련했다. 지난달 29일 1층 전시실에서 개막한 이번 전시에는 도내 문인 40여 명이 각양각색의 사연과 함께 잔을 전시하고 있다.
이우걸 시조시인이 출품한 잔은 1987년 출범한 한국시조학회의 모체가 되는 일을 도모하는 자리(1975년)에서 탁주를 넣어 마신, 젊은 날의 열정이 담긴 항아리 잔이다. 성선경 시인은 박서영 시인에게서 받은 텀블러를 냈고, 통영문협 양미경 수필가는 고동주 전 통영시장의 유품인 잔을 사연과 함께 내놓았다.
김형엽 시인은 장애아동이 만든 컵을 냈는데, 늘 가까이에 두고서 시를 짓는 자세를 가다듬는다고 했다. 나순용 수필가는 통합창원시가 추진되던 시기 진해시 공무원으로 일하던 시절의 열정이 담긴 컵을 내놓았다.
이 외에 도자기 받침이 깨져 팔지 않는다는 잔을 남편이 작가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다 줬다며 내놓은 정소란 시인의 잔, 신혼 시절 남편 회사 창립기념품으로 받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는 김효경 시인의 잔, 엄마의 취향을 잘 아는 딸에게 선물 받은 김근숙 시인의 잔, 차벗과 함께 통도요에 갔다가 자기 앞에 놓인 찻잔이 마음에 들어 살 수 없는 것임에도 결국 갖게 되었다는 예자비 수필가의 잔, 그 어떤 잔이라도 자기에게 오면 커피잔, 녹찻잔으로 보통의 잔이 되어버린다는 오하룡 시인의 '군주' 그림이 그려진 잔 등 문인들의 사연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가운데 정노천 시인의 단순한 커피잔이 눈에 들어온다. 하얀 머그컵에는 ‘단순한 카페’라는 명조체 글귀만 적혔을 뿐이다. 집을 짓던 때 ‘단순한 카페’에 들러 차를 마시고 얻은 잔이란다. 단순하게 살고자 하는 마음으로 늘 애용하고 있단다. 정이경 시인은 커피를 ‘코피’라고 하시던 부친의 생신날 구입한 큼직한 찻잔을 소개했다. 이 잔은 찻장에 모셔두고 아버지를 생각하며 마음으로만 커피를 마신다고.
이번 기획전은 끝나는 날을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4개월 정도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문의 055-547-8277.
/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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