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문학관

메인메뉴

커뮤니티

서브메뉴

경남문학관 스크랩

경남문학관 스크랩
2006년 경남신문 -직지와 줄기세포
작성자 munhak
댓글 0건 조회 3,139회 작성일 2006-01-06

본문

'
 경남신문 1월5일 사설/오피니언에 실린 글



                       직지와 줄기세포


정목일 경남문학관 관장·수필가

    병술년 새해를 맞이하였다. 최근 우리 민족의 문화코드 중에서 가장 상징적인 것을 든다면 직지와 줄기세포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금속활자 중에서 가장 오래 된 유물로 확인된 것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 약칭 직지(直指)’이다. 직지란 단박에 마음의 본질을 꿰뚫는다는 불교용어로 진리를 말하는 것이며. 깨달음의 세계를 뜻한다. 현존하는 유일한 고려 금속활자본인 직지는 고려 말기 고승인 경한(1298~1374)이 역대 조사들의 법어. 어록 등에서 선(禪)의 요체를 깨닫는데 필요한 내용을 뽑아 엮은 것을 1377년에 청주 흥덕사에서 찍어낸 것이다. 이 책은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하권 1책이 간직돼 있다.
작년에 직지와 팔만대장경이 유네스코 세계유물로 지정되었다. 청주에선 작년 9월에 제1회 직지상 시상식과 직지축제를 열어 우리 민족의 자존심과 긍지를 전세계에 인식시켰다.
    인류 문명의 발전은 커뮤니케이션의 발전과 함께 해왔다. 쓰기-활자- 인터넷으로 진전돼 온 것이다. 인류 문명에서 획기적이랄 수 있는 활자문화를 연 것이 바로 우리 민족이다. 세상에서 금속활자를 최초로 발명하여 처음으로 책을 인쇄해 내었다는 것은 인류 문명사에 찬란한 금자탑이 아닐 수 없다.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직지’는 진리와 깨달음의 세계를 영원 속에 기록해 놓은 것이다. 우리 민족의 열린 사고와 깨달음에 대한 열망과 영원의 세계를 말해준다. 13세기 금속활자 발명은 오늘날 컴퓨터 발명에 비견되며. 인류사에 커뮤니케이션의 혁명을 가져왔다. 이 문화혁명을 우리 민족이 선도하였다는 것은 천부적인 정보·문화 유전인자를 타고 났음을 증명한다. 인터넷 사용률이 세계에서도 앞서고 있으며 상상력과 창의력을 통해 IT산업의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류(韓流)가 갑자기 형성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님을 뒷받침해 준다.


    오늘날 우리는 금속활자 이래 또 하나의 신화를 꿈꾸고 있다. 인류에게 광명을 안겨줄 ‘줄기세포 연구’인 것이다. 그 주역이 황우석 교수였고. 우리는 또 한 번의 민족적인 영광을 고대했다. ‘줄기세포’는 한국인이 상정한 희망 코드이다. 민족의 긍지와 자존심을 다시 한 번 세계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과 열망 속에 과학자는 영웅화 되었으며. 실적 만들기에 강박감과 초조 속에 보내야 했다. 한국인의 희망 코드는 어이없게도 ‘줄기세포는 없다’는 것으로 판정이 나고. 우리는 집단적인 우울증에 빠지고 말았다.
직지는 선과 깨달음을 담은 정신적인 유산인 데 반해 줄기세포 연구는 질병 치유를 위한 것으로 육체적인 것과 결부된다. 문화나 과학적인 성취에 있어서 기본이 되는 것은 정직과 신뢰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한탕주의. 기본과 정당한 과정을 파괴한 조급성은 조작과 허위를 불러온다.


    해방 60년을 지나오면서 격동의 세월 속에서 우리 민족의 심장 박동은 다른 민족보다 한 박자 빨리 뛰고 있음이 분명하다. 짧은 기간 동안 고속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빨리빨리’를 외쳐야 했다. 여유와 완벽. 마무리와 검증. 성찰과 완성도가 부족함에도 앞을 향해 돌진해 왔다.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가 민족의 꿈을 싣고 성공 신화라는 종착지에 닫지 못한 채 탈선하고 만 것은 정직과 신뢰라는 기본을 잃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쯤에서 숨을 돌리고 성찰해야 한다. 그렇다고 줄기세포 연구를 포기하거나 중단할 것인가? 이런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민족의 가슴에 희망줄기를 심어줄 과학자가 나와야 하며 국민의 관심과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경제적인 가치만으로 따지기 전에 직지에서 보여준 진리와 깨달음의 세계를 되새겨 보아야 한다.
    우리 민족의 천부적인 정보유전인자와 격변의 역사 속에서 체험으로 익혀온 역동성은 문화창조의 귀중한 에너지원이다. 우리는 여기에다 성숙. 완벽. 검증을 보태어 다시 한 번 문화시대를 여는 주역이 돼야 한다.


'

하단카피라이터

경남문학관 / 주소. 경남 창원시 진해구 진해대로 311(구. 태백동 산 98-1번지)
Tel. 055-547-8277, 8279 / Fax. 055-547-8278 / E-mail. knmunhak@hanmail.net
Copyright ⓒ Gyeongnam Literatur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