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시론] 지방문화의 차별화-경남신문
작성자 경남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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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지방문화의 차별화
- 기사입력 : 2000-06-07 00:00:00
- 한려해상국립공원은 우리나라 해양문화유산의 보고다. `환상의 섬 거제
도` `신비의 섬 홍도`라는 수사에 걸맞게 거센 파도와 비바람이 빚어낸 걸
출한 비경과 절경이 다도해의 한떨기 동백꽃처럼 활짝 피어 있다. 홍도는
목포에서 쾌속선으로 2시간40분쯤 가면 닿는 이름 그대로 신비의 섬이다.
중간 기항지에서 만나는 흑산도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홍
도에는 제1경(景) `남문`을 비롯 `독립문` `촛대바위` 등 10경이 자랑거리
다. 아직 접안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바지선으로 갈아타야 입도를 할
수 있다. 고산 윤선도의 유적지 세연정(洗然亭)등이 있는 보길도는 땅끝마
을에서 한시간 남짓 뱃길로 가 닿는 아름다운 섬이다. 맑은 날에는 추자도
와 제주도가 어렴풋이 눈에 밟힌다. 전남도에서는 60억원의 예산을 들여 어
부사시사의 산실 보길도 윤선도 유적지 복원사업을 추진중이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풍경이 영화의 촬영무대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이다. 지심도는 베스트극장 `팔색조`의 무대로, 보길도 주변의 크고 작은
섬은 `섬`이라는 영화에, 해남 대흥사 입구 허름한 옛 기와집 여관은 영화
`서편제`의 촬영현장으로, 의령 궁류 벽계 찰비계곡은 영화 `아름다운 시
절`에 등장하기도 했다. 비록 조그마한 문화유산과 전통, 소박한 삶의 현장
일지라도 그 속에는 우리 선인들의 삶의 애환과 문화적 자긍심이 살아 숨쉬
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고유한 자연문화 유산으로, 값진 문화의 텃밭
으로 일구고 가꾸어 온 정성과 노력의 결과이기에 더욱 소중한 것이다.
자연환경은 한번 훼손하면 원상 회복이 불가능한 것이다. 우포늪, 동강,
서해 개펄, 풍납토성 같은 자연의 원초적 모습, 역사의 현장을 보존하려는
시민단체들의 지킴이 선언은 문명에 반하는 개발논리로부터 자연과 역사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위수단에 다름 아니다. 문화나 관광을 표방한 무
차별적 亂개발은 자연환경 훼손은 물론 자연생태계의 존립 기반마저 위태롭
게 하는 폭거다. 외국의 관광객들이 보고싶어 하는 것은 한국 특유의 문화
유산과 삶의 양태이지 으리으리한 호텔이나 위락시설은 아니다. 머물기에
불편하지 않을 최소한의 시설이면 족하다. 작은 것일지라도, 초라한 것일지
라도 우리의 숨결, 우리의 정서, 우리의 문화, 우리만의 자연경관 이상의
관광자원은 없다.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문화밀레니엄의 방향도 거창한 것보다는 질박한
것, 토속적인 것에 초점을 두되 중앙보다는 지방문화 유산과 전통을 가꾸
고 기리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중론이다. 요즘 지방문화
유산의 보전과 더불어 지역민의 삶속에 뿌리한 정신적 솟대, 문화토양, 문
화테마 공간구축에 관심과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흐름이라
고 보아진다. 가령 의령에는 의병탑, 백산 안희제선생을 정신적 솟대로 하
여 의령 예술촌 촐향시인 시비건립 등 애향심을 북돋우는 원동력으로 평가
되고 있고, 김해 가야문화 예술관도 농촌문화 학습장으로 자리매김 할 것으
로 기대된다.
올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경남문학관(진해)은 김달진 시비와
마주하고 있어 열린 문화공간 및 청소년 문학체험탐구 기능을 부여하게 된
다. 마산에는 문신미술관을 중심으로 기존의 산호공원 `詩의 거리`와 연계
하여 노산문학관 건립, 석호 조두남선생 예술관이 추진됨으로써 예향 마산
의 새로운 문화예술 지도가 가시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따라서 도립미술
관(도청내), 창원 성산아트홀, 문신미술관, 경남문학관, 통영조각공원, 청
마문학관을 잇는 남해안 문화벨트의 조성과 더불어 이를 한려해상 국립공원
의 비경과 접목시킴으로써 종합적인 경남문화관광 개발중심 축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속 지자체들의 문화경제 마인드가 먼저 장치되어야 한
다. “수준 높은 문화도시의 이미지는 공해없는 고부가가치 상품이란” 얘
기는 설득력이 높다. 정체의 수렁에 빠진 문신미술관이 살아 숨쉬는 문화공
간으로 거듭나야 하고 경남문학관 운영 등에도 재정적 지원방안이 강구되어
야 한다. 지자체의 문화마인드 제고, 문화이벤트의 차별화, 문화예술계 및
지역민들의 관심과 애정 없이는 지방문화 창달은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이광석(객원논설위원· 경남언론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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