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북천역
작성자 경남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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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천역
민창홍 시인
가을맞이는 북천역 코스모스처럼 하는 것이다
기차보다 먼저 도착한 회오리바람에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가 펴고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것
기와집 처마에 매달린 풍경이
사랑하는 사람을 슬그머니 데리고 와서
물빛 스카프 날리며
와락 우주를 끌어안으면
한 번도 격하게 받아보지 못한 환영에
어색하게 손을 흔든다 두 손을 흔든다
자신도 모르게 땀이 고이는 손
레일 옆 붉은 신호등의 종을 흔들고
코스모스 하늘하늘 색색에
솜사탕 같은 탄성이 둥둥 떠다니는
활짝 웃는 하늘, 전송하기 바쁜 날
하얀 메밀꽃까지 눈이 부시다
가을걷이는 북천역 코스모스처럼 하는 것이다
무궁화 열차가 기적을 울리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다가
기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드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