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구절초
작성자 경남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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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
정 소 란
구름이 어지러운 하늘
그가 풀어놓은 말을
들어보자 생각하고 오른 벼랑에
매홍지에 고이 품었다가 놓은
수줍은 화관만 남았다
쑥이 봄인 듯 자란 산등성
잔별이 꿈꾸는 집수터에서
정인의 이름 새긴 와편 하나 성벽에 끼워둔
옛사람은 물대신 별을 긷고
산성은 뒤집힌 시간을 예우한다
날 바람에 성긴 돌담 안으로 들리는 음성 없어
산을 내려가는 길을 잃은 병사
환석 처럼 그람 굴러 간다
무심한 울음이 굴러 간다
아직도 답을 모르니 피다지기만
꽃잎이 흔드는 소리
달빛에 길을 내고
송연묵향 품고 먼 길 오는 사람
이 길섶에서 하던 대로 또 기다려야지
채홍 빛 사라지고
연사 로 짖어 처연한 구절초
바람 불고 구름 나는 하늘에
들리는 흰 깃발 흔드는 소리
옛사람 지나던 남문 있던 쯤에 꽂아
도무지 들어도 알 수 없던
꼼부리 본능에 맡겨두던 그의 대답이
비로소 명백하다
*구절초 :
구절초는 이름대로 음력 9월에 흔히 볼 수 있는 야생화다
봄에는 마가렛, 가을에는 구절초라는 차이를 알면 서로 헷갈리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