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슬픔이라는 검은 나비
작성자 경남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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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라는 검은 나비
이 주 언
편지 대신
검은 나비가 봉인되어 온 적 있다
어느 공중을 저어 온 날개인가, 궁금했다
휘어진 지팡이로 비와 꽃잎을 딛고 다녔는지
날개에 새겨진 상처가 무지개로 빛났다
그는 오래 봉인되었다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생生 이라는 봉투 속에서 검은 비늘을 자꾸 떨어뜨린다고 했다
이제 그의 영혼은 유분과 수분을 저장할 수 없습니다,의사의 진단은 간명했다
속을 들여다볼수록 각질이 일었다
검은 나비가 묘지의 입구에서 날개를 접자
불시착했던 사랑의 메시지들이 전나무 숲을 가득 메웠다
크리스마스트리에 매달리 신들의 메모지 같았다
사람들은 황금의 전설을 읽기 시작한다
어둠을 깔고 앉아
저음의 노래로 흐린 거울을 들여다보던
검은 부족 전설이 옳았던 걸까
슬픔은 아름다웠다!
생生이라는 공간에 남겨진 나비
비늘이 묘지를 덮은 눈송이처럼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