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서랍을 열면 때때로 잊고 살던 추억을 마주하곤 한다. 케케묵은 물건에 깃들어 있는 당시를 회상할 수 있어서다. 서랍 속에 잠든 물건이 탄생시킨 문학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있다.
지난 21일 오후 경남문학관 상반기 기획전시 개막식에서 참석 문인들이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경남문학관(관장 서일옥)은 지난 21일부터 ‘작품이 되어 서랍 속을 나오다’를 주제로 한 올해 상반기 기획전시를 문학관 1층 전시실에서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도내에서 활동하는 문인과 출향문인 52명의 작품과 소장품이 함께 내걸린다.
김미숙 시인의 시 '주머니 없는 옷’과 소장품 어머니 삼베옷.
참여 문인들이 들려주는 문학작품 속에 숨어 있는 비하인드 스토리와 당시 작가들의 상황을 엿볼 수 있는 것이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주강홍 시인의 시 ‘못·1’과 못.
고영조 시인은 1976년 봄, 김춘수 시인이 들려준 마산 출신의 파스텔 화가인 강신석 화백의 파이프에 관한 이야기와 강 화백이 1994년 뉴욕에서 후두암으로 별세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해에 쓴 시 ‘파이프’의 모티브가 된 파이프들을 내놓았다. 김미숙 시인은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당신의 손등 같은 삼베옷 한 벌’을, 시집 한 권을 고스란히 건설현장에 관한 글로 묶어낸 주강홍 시인은 현장에서 쓰는 ‘못’을 보내왔다.
박노정 시인의 시 ‘차 한 잔’과 소장품.
이번 전시를 기획한 정이경 경남문학관 사무국장은 “이번 기획전은 문학작품이 태어나게 된 소품을 전시해 작품에 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했다”며 “눈으로 문학을 읽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재미를 더해 독자들이 문학적 이해와 친밀감을 느끼는 기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고영조 시인의 시 ‘파이프’의 모티브가 된 ‘파이프’.
경상남도, 창원시, 경남문인협회 후원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오는 6월 말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문의 ☏ 547-8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