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작성자 munhak
본문
'
십이월의 교차로 - 한인숙
상여를 보낸다
초겨울. 언 슬픔이 기억의 행렬을 짓고 있다
한 세월 이정표도 없는 길
소리꾼의 요령소리가 산역으로 향하는 몇 구비 능선을 넘어서고
흑백의 한 생이 울음에 섞인다
상여꾼의 후렴소리를 더듬던 누군가
알 수 없는 기억에 찔린 듯 추위 한 자락을 움켜쥐고
한동안은 눈물도 상처도 없는 길이
북망의 깊이를 더듬적거린다
슬픔의 실마리가 풀리고 있다
노잣돈을 뒤척이는 햇빛도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도
교차로를 통과시키고서야 안식의 길로 접어들 것이고
인연들 또한 죽음을 통과하고서야 눈물의 깊이를 알 것이다
졸고 있던 새 한마리
꽃상여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는지 움찔. 날아오른다
▲1961년 충북 청주출생 ▲평택 영창피아노 대리점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