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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작가와 독자와의 만남- 고욤나무
작성자 경남문학관
댓글 0건 조회 3,264회 작성일 2008-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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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의 행복/ 고욤나무

제6회 지역작가와 독자와의 만남

기획 - 초록 영혼      

운영위원 : 김명희, 김미옥, 김혜연, 박서영, 손영희, 이영숙, 임성구.

초대작가 : 이우걸(1회),고영조(2회),한후남(3회),김연동(4회),강윤수(5회),

            배한봉(6회),

후원 : bookcafe 고욤나무, 삼일식물원, 기림기획, 공단종합상사, 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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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수작

 다시, 시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문학을, 삶을 말한 듯 하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진실을 피해갔습니다. 아픈 것에는 눈길 주지 않았고 비명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귀를 막았습니다.  ‘이 시대의 슬프고 아픈 변죽들’에 마음 다칠까봐 자꾸 중심만 기웃거렸습니다. 그곳이 중심인 줄도 모르고 헛것만 꿈꾸었습니다. 지역작가와의 만남 8월에는 변방의 꿈, 아픈 자리를 언어로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배한봉 시인을 초대하였습니다.  <생애에서 제일 센 힘은 바닥을 칠 때 나온다/나도 한 때 바닥을 친 뒤 바닥보다 더 깊고 어둔 바닥을 만난 적이 있다/육탁을 치는 힘으로 살지 못했다는 것을 바닥 치면서 알았다>고 시인은 쓰고 있습니다. 이런 표현을 만나면 어쩔 수 없이 심각해져버립니다. 문학의 자리가 저런 자리여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시는 독자에게 거는 ‘아름다운 수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배한봉 시인의 ‘아름다운 수작’에 걸려들 분들은 오십시오. 시의 육즙, 그 쓰디쓴 팥죽색 같은 고통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진지함과 가벼움을 조금씩 섞은 행복한 발걸음이면 더욱 좋겠습니다.                

                       

                            



            초대작가 : 배한봉 시인

          일 시 : 2008년 8월 23일(토) 오후 7시 00분

          장 소 : bookcafe 고욤나무

                 (창원시 대방동 성원3차상가 5층 ☎ 292-9530)

          회 비 : 만원(메뉴: 커피와 마실거리, 간단한 먹을거리 포함)                                               

          program


                          진행 : 손영희 (경남문학관 사무국장)


         ▣ 제1부(19:00~20:00)

             노래선물(CD) ☞  알고싶어요------(이선희) 

             시낭송 ☞ 빗방울의 화석 -------- 이주언 

             시낭송 ☞ 아름다운 수작 -------- 김미옥

             시낭송 ☞ 이 시대의 변죽 ----- 김하경

             시낭송 ☞ 악기점-------- 허정

             음악선물(CD) ☞ 문밖에 있는 그대 ------- (박강성)

             시낭송 ☞ 과수밭은 둥글다 ----------- 황시은

            시낭송 ☞ 육탁 ------- 박미향

            시낭송 ☞ 각인 ----- 임성구

            시낭송 ☞ 그녀의 서가 ------ 이서린

           특별출연: 김갑식(통기타 가수) 

                        ☞  하얀나비, 내게도 사랑이, 젊은미소  외 

                     


           ▣ 제2부(20:00~21:00)

               ★ 내가 바라 본 배한봉 시인---- 이상옥(창신대 문창과 교수)

               ★ 배한봉 시인의 문학세계


           ▣ 제3부(21:00~22:00)

               ★ 뒤풀이   


배한봉 시인


경남 함안 출생.

1984년 박재삼 시인의 추천을 받아 작품활동 시작.

1998년『현대시』 신인추천작품상 등단.

1998년 경남문협 우수작품집상(『흑조(黑鳥)』) 수상

1998년『흑조(黑鳥)』( 현대시).

2002년『우포늪 왁새』( 시와시학사, 시와시학 시인선 17).

2004년『악기점』(세계사 시인선 128)

2006년『잠을 두드리는 물의 노래』 문학의전당

편역서『우리말 부모은중경』(1988, 청운).


       

  빗방울 화석


                     배 한 봉

                   

나는 지금 1억 년 전의 사서(史書)를 읽고 있다

빗방울은 대지에 스며들 뿐만 아니라

물 속에 북두칠성을 박아놓고 우주의 거리를 잰다

신호처럼 일제히 귀뚜리의 푸른 송신이 그치고

들국 몇 송이 나즉한 바람에 휘어질 때

세상의 젖이 되었던 비는, 마지막 몇 방울의 힘으로

돌 속에 들어가 긴 잠을 청했으리라

구름 이전, 미세한 수증기로 태어나기 전의 블랙홀처럼

시간은 그리움과 기다림을 새긴 화석이 되었으리라

나는 지금 시(詩)의 문을 열고 뚜벅뚜벅 걸어오는

1억 년 전의 생명선(線) 빗방울을 만난다

사서(史書)에 새겨진 원시적 우주의 별자리를 읽는다




         






 아름다운 수작


                 배 한 봉

                      

봄비 그치자 햇살 더 환하다

씀바귀 꽃잎 위에서

무당벌레 한 마리 슬금슬금 수작을 건다

둥글고 검은 무늬의 빨간 비단옷

이 멋쟁이 신사를 믿어도 될까

간짓간짓 꽃대 흔드는 저 촌색시

초록 치맛자락에

촉촉한 미풍 한 소절 싸안는 거 본다

그때, 맺힌 물방울 하나가 떨어졌던가

잠시 꽃술이 떨렸던가

나 태어나기 전부터

수억겁 싱싱한 사랑으로 살아왔을

생명들의 아름다운 수작

나는 오늘

그 햇살 그물에 걸려

황홀하게 까무러치는 세상 하나 본다




           



이 시대의 변죽 


                    배 한 봉


변죽을 아시는지요

그릇 따위의 가장자리, 사람으로 치면

저 변방의 농군이나 서생들

변죽 울리지 말라고 걸핏하면 무시하던

그 변죽을 이제 울려야겠군요

변죽 있으므로 복판도 있다는 걸

당신에게 알려줘야겠군요

그 중심도 실은 그릇의 일부

변죽 없는 그릇은 이미 그릇이 아니지요

당신, 아시는지요

당신으로부터 가장 멀리 있는

변죽, 당신을 가장 당신답게 하는

변죽, 당신과 가장 가까이 있는

변죽, 삼거웃 없는 마음을

중심에 두고 싶은,

변죽을 쳐도 울지 않는 복판을 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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