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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내 첫 청마문학상 수상자 이광석 시인 | |
일흔다섯 ‘백발의 청춘’ 詩를 향한 나의 가슴은 아직도 뜨겁다 | |
“가슴이 떨리고 설레기 시작했다. 무슨 얘기를 담아야 할지 붓끝이 굳어졌다.” 마산을 지켜온 원로 이광석(75·사진) 시인이 밝힌 심경이다. 여든을 앞둔 시인의 감정에 파문을 일으키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청마문학상’ 수상 소식이었다. 통영시와 청마문학회는 지난 1월 여섯 번째 시집 ‘바다 변주곡’을 발표했던 이광석 시인을 제11회 청마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21일 밝혔다. 늘 나이를 숫자에 불과하게 만드는 활력을 자랑하지만 수상자 선정 소식을 접한 후 만난 그는 유독 활기가 넘쳐 보였다. 이 상은 원로 시인의 지나 온 시간에 대한 보상이자 앞에 놓인 날들을 위한 새로운 동력 같아 보였다. 수상작품 ‘바다 변주곡’은 평생 바다를 품고 살아온 시인의 삶의 항해일지와도 같은 시집이다. ‘바다 변주곡’을 통해 시인은 스스로에게 ‘시는, 그리고 시인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졌고 답을 얻었다. 이번 청마문학상 수상은 이광석 시인에게 몇 가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 시인은 195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그를 추천한 사람이 바로 청마 유치환이었다. 그는 “청마와의 깊은 인연 때문에 제1회 청마문학상부터 행사에 참여해왔다. 내심 기대를 하기도 했지만 수상자 선정 통보를 받고는 얼떨떨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시력 50년의 원로 시인인 그에게 전국 단위의 큰 상 수상은 처음이고, 도내 문인으로서 청마 문학상 첫 수상자이기도 하다. 청마문학상 수상자로서 문학의 땅인 통영에 대한 애정도 내비쳤다. 그는 “권위 있는 문학상을 제정하고 시상하는 데 그치지 말고 청마의 문학세계를 더 심층적으로 조명하고, 통영 시민들과 청소년들에게 문학의 꿈을 키우게 만들 수 있는 문학축제로 발전시켜 나가는 아이디어를 모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며 “문인들만의 축제가 아니라 통영 주민들의 가슴 속에 청마와 문학이 살아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받고 싶었던 큰 상을 타고 난 후 이광석 시인의 행보는 보다 바빠질 것 같다. 시인은 마치 빚과도 같은 상에 대한 보답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더 좋은 시를 쓰고, 문단에 도움이 될 노력을 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여전히 하루의 끝은 글쓰기로 마무리한다는 이 시인은 “펜의 긴장을 놓지 않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 나가겠다”며 “바다와 함께 살아온 내 삶의 발자취와 시적 자료들을 정리해 마산과 바다, 시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싶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시인은 195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초대 경남문인협회장과 마산문인협회장, 경남신문 편집국장을 역임했다. 마산 시의 거리 추진위원장, 경남언론문화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다. 마산시문화상, 경남도문화상, 경남문학상, 한국현대시인협회상 등을 수상한 바 있고 발표 시집으로는 ‘겨울나무들’, ‘겨울을 나는 흰새’, ‘겨울산행’, ‘잡초가 어찌 낫을 두려워하랴’, ‘삶, 그리고 버리기’ 등이 있다. 한편 신인상에는 시집 ‘여우’를 펴낸 류인서 시인과 시조집 ‘저물 무렵의 시’ 박지현 시조시인이 선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10월 통영문학제에서 열릴 예정이다. 청마문학상은 청마 유치환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00년 제정됐으며 김춘수, 허만하, 문덕수, 김광림 시인 등이 수상했다. 글= 김희진기자 likesky7@knnews.co.kr 사진= 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