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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왜 야단치는 ‘어른’이 없는가- 정일근(경남대 청년작가아카데미 원장·시인)
작성자 경남문학관
댓글 0건 조회 1,587회 작성일 2012-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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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왜 야단치는 ‘어른’이 없는가- 정일근(경남대 청년작가아카데미 원장·시인)
경남 살림살이 책임질 김 지사 ‘대권 도전 행보’ 꾸짖어야
기사입력 : 2012-06-04   btn_facebook.jpg 페이스북  btn_twitter.jpg 트위터  btn_me2day.jpg 미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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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할렘 출신 흑인가수 ‘해리 벨라폰테’(Harold George Belafonte Jr)의 노래에 열광한 것은 경남대 학생 시절이었다. 당시 대학 정문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골목길에 ‘포엠’이란 이름의 음악다방이 있었다. 군사정권 시절의 대학생에게 마치 탈출구 같은 음악다방이었다.

내가 포엠 다방의 단골이 됐던 것은 시인을 꿈꾸었던 문학청년이어서가 아니라, 그 음악다방에 해리 벨라폰테 LP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1959년 4월 19일, 그가 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카네기홀에서 관중과 호흡하면서 가졌던 공연실황을 생생하게 담은 2장짜리 음반이었다.

가난한 대학생 시절, 점심값으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나는 2장의 음반 속에 들어있는 노래를 다 들었다. 해리 벨라폰테의 노래에는 슬픔과 흥겨움이 있었고 힘이 있었다. 그가 부른 ‘하바 나길라’, ‘데니보이’, ‘데킬라’, ‘자메이카 페어웰’, ‘마틸다’ 등은 그때부터 내가 즐겨 듣는 애창곡이다.

내가 지금까지 해리 벨라폰테를 좋아하는 것은 1927년생인, 우리 나이로 86살이 되는 그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이다. 그는 1950년대부터 인기가수로 친구인 마틴 루서 킹 목사를 도와 민권운동에 뛰어들었고, 월남전에 참전하고 온 후 반전운동가로 펼친 그의 열성적인 사회운동은 매카시즘을 만든 매카시 시대 블랙리스트에 오를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지금 미국사회에서 ‘할 말은 하는 어른’으로 대접받고 있다.

해리 벨라폰테는 2006년 당시, 이라크전에 파병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세계 최고 테러리스트’며 ‘거짓말쟁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대통령을 향해 ‘상당한 의혹 속에 권좌에 오른 뒤 이 나라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그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줘 오도한 뒤 우리를 공격하지도 않은 외국에 수십만 명의 장병을 보냈다’고 공개적으로 야단쳤다.

해리 벨라폰테의 노래와 생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에게는 왜 ‘야단치는 어른이 없는가’라는 아쉬움이 든다. 우리에게도 지금 ‘어른’이 있다면 요즘 대권 도전의 행보를 밝히는 김두관 도지사도 단단히 야단을 맞아야 한다. “김 지사가 지금 혼신을 다해야 하는 일은 도정이지 대권이 아니다”고 야단을 쳐야 한다. “선출직에게 임기는 약속이며 약속을 지키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다”고 충고해야 한다.

우리에게 어른이 있다면, “김 지사는 도지사로 출마해서 도민의 지지로 당선이 됐다면 자신의 임기 동안은 경남의 살림살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꾸짖어야 한다.

그를 선택한 유권자들이 도지사의 자리를 맡겼지, 자신의 정치적 꿈을 위해 임기 중에 그 자리를 징검다리로 삼는 데는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그것이 자칫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고 따끔하게 말해야 한다.

‘영남 우도’의 선비 역사를 가진 경남에는 남명 조식(1501~1572) 선생이 있었다. 조정이 주는 모든 벼슬을 사양한 선생은, 66세에 학식과 덕행이 뛰어난 재야 으뜸 선비인 ‘징사’(徵士)로 천거돼 베옷을 입고 왕과 독대해 나라를 다스리는 일과 학문을 가르쳤다. 선생은 또 저 유명한 ‘단성소’를 통해 ‘구중궁궐에 갇힌 대비는 과부에 불과하고 왕은 아비를 잃은 외로운 어린 아들에 불과하니 바른 정치를 하라’는 요지의 조선사 최고의 야단을 쳤다.

우리에게는 왜 권력 앞에 야단치는 어른이 없는가. 야단은커녕 권력의 눈치를 보거나 빌붙는 허명들뿐인가. 어른 앞에 무릎 꿇고 눈물이 쑥 빠지면서도 속이 후련해지는, 그런 야단을 맞고 싶다.

정일근(경남대 청년작가아카데미 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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