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서운암 성파 큰스님이 정재를 내어 사회에 회향하는 시조준문지 <화중련(火中蓮)> 2011 신인상을 서상규(사진) 시인이 받게 됐다.

서 시인은 '때죽나무의 등'을 출품해 선정됐다. 심사위원(한분순·김복근·하순희)은 심사평에서 "서상규의 '때죽나무의 등'은 제목과 주제가 적절하게 어울려 개성미가 돋보이며 언어를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은 작품이다. 삶의 미래가 어두운 현실에서 고단한 아버지의 삶을 이미지화하는 능력이 단단하게 느껴지며, 시적 대상에 대한 성스러움마저 부여하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서 시인은 당선소감에서 "앞으로의 여정이 고난의 연속일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미학의 아름다운 길을 열기 위해 상승의 의지 속에서 할미꽃같이 겸손한 자세와 나태로 흐트러지지 않게 옷매무새를 여미는 경건함으로 오체투지 하듯 족적을 새겨나갈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시상식은 오는 23일 오후 1시 양산 통도사 서운암에서 열린다.

한편, <화중련>은 일년에 봄·가을 두 번 나오는 반연간지로 11호를 냈다.

이번호에는 정예시인특집으로 한분순, 정용국, 정혜숙 시인의 작품에 강현덕 시인의 평설을 덧붙였다. 홍성란 시인이 <화중련> 10호에서 우리에게 현대시조에 대한 성찰과 고언을 한 윤재근의 '왜 시조인가?'를 읽고 '우리시대 시조의 나아갈 길'을 썼으며 이숙례 시인이 제11회 성파시조문학상 수상자인 주강식 시인과 작품세계를 조감했다. 이밖에도 박권숙 시인의 '이 시조를 주목한다'는 새로운 기획도 내놨다.

   
 

 

때죽나무의 등

 

푸르른 이내처럼 수중기가 낀 욕탕 안

가파른 비탈에서 삶을 견딘 보람으로

밑동에 구새가 먹은 고목이 앉아있다

바람이 층층이 감긴 나이테의 뼈대가

한 겹 살가죽의 검버섯 핀 껍질 속에

천지간 상형 문자인 나무목(木)을 새겼다

메마른 뼈가 새긴 목판본의 등줄기를

경건한 손길로 탁본하듯 밀어드리는

타월에 닦여진 때가 경전처럼 일어난다

오색채운 비누질로 말끔히 씻긴 몸에

수정빛 떨림으로 맺힌 물방울에 피는

흰 꽃들 맥놀이 속에 아버지가 앉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