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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의 부산 경남 기행(1)-경남일보
작성자 munhak
댓글 0건 조회 3,337회 작성일 200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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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의 부산·경남 기행(1)



2007-01-22 09:30:00
SEIAH200701212014361 정지용(鄭芝溶, 1902-미상)은 충북 옥천 태생으로 1923년 동경에 있는 동지사대학(同志社大學) 영문과에 입학하여 1926년 유학생 잡지 「학조 學潮)에 시 <카페 프란스>를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1930년 「시문학」동인, 1939년 「문장」지 추천위원, 1945년 이화여대 문과 과장, 1946년 경향신문 주간 등을 역임하면서 193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대표적 시인으로 자리잡았던 시인이다. 6.25이후의 행적은 불확실한 채로 1953년 북한에서 돌아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지용은 광복 이후 신문 연재를 위해 기행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짧은 기행산문 「남해오월점철」(南海五月點綴) 18편을 남겼다. 그 중 부산에서 5편, 통영에서 6편, 진주에서 5편을 썼는데 내용이 이색적인 데가 많았다.

 부산에서는 술 마신 이야기와 동래여자중학교 연극부의 연극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쓰고 있다. 우연히 기차에서 만난 청계(실명은 불명)와 함께 부산에 닿아 이중 다다미 육조방에 가서 속샤쓰 바람으로 앉았다고 했는데 그곳은 분위기로 보아 고급 술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육자백이 선소리 사랑가 이별가 이외는 용서치 않는다. 남도 노래는 경상도 색시 목청을 걸러 나와야만 본격인 것이다. 경상도 색시는 호담하고 소박하고 툭 털어놓는데 천하 제일이다. 최극한으로 인정적이다. 맘껏 손님을 대접한다'

 경상도 색시가 부르는 남도 노래와 인정적이고 호담한 성격에 대해 칭찬을 하고 있는데 거기 푹 빠져 술을 거나하게 마셨던 것 같다. 다리가 몇 번 휘청거리고 나니까 영도에 있는 향파(이주홍)댁에 쓰윽 닿더라는 것 아닌가. 밤에 친구들과 더불어 비몽사몽 마시고 또 마시고 원도 없이 마시고 잤는데 다음날 느지막이 일어나 세수하고 밥 먹고 또 곯아 떨어졌다는 것이다.

 오후 늦게 다들 일어나 똑딱선을 타고 시내로 나왔는데 정지용의 눈에는 부산시내 오십만 인구의 가가호호가 깡그리 음식점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무수한 일본식 요리집들, 길초마다 생선을 무더기로 놓고 팔고 생선을 저미어 길에서 회로 팔고, 길에서 생선배를 따 창자를 꺼내어 말릴감으로 만드는 등 먹는 것 천지가 부산 바닥이었다는 이야기이다.

 정지용이 또 부산에서 만난 것은 이주홍 원작 겸 연출인 동래여자중학교 연극부의 연극 공연이었다. 그런데 그 공연은 동래여자중학교에서 있었던 것이 아니라 부산여자중학교 대강당에서 있었다. 막이 오르기 전에 부산여중 연극부장은 환영사를 했는데 '우리는 양교의 친선을 예술을 통해서만 도모할 수 있음을 믿습니다. 우중에도 불구하시고 본교에 왕림하사 존귀하온 예술을 보여주실 귀교 연극부 여러분께 진실로 감사하는 바입니다.' 하고 말을 맺자 천육백명 학생들이 우뢰같은 박수로 환영의 뜻을 보탰다.

 연극의 줄거리는 이랬다. '아전의 집 딸이 못살게 된 예전 양반의 집으로 시집을 가서 아들 낳고 살게 된다. 시어머니는 사납고 욕심 많고 남편은 선량한 시인이나 주책없고 제대로 살아갈 방도를 모른다. 아내가 아이를 업고 담배장사를 하며 연명한다. 남편은 시나 쓰고 흥얼거리고 있다.'

 정지용은 이 연극을 보고 난 뒤 연극부원들이 좋은 대사를 암송하고 무대 뒤에서 동작과 함께 구연 실연함으로써 어문학 낭독 훈련의 절대한 효과를 보는 것에 대해 의미가 깊은 것으로 진단했다. '평생 고질과 같은 경상도 사투리가 이만치 아름다운 표준어로 탈태되어 나오는 것을 보고 나는 국어 말살 교육 이래 흐뭇한 기쁨을 얻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정지용도 말에 약점이 드러났다. ´평생 고질과 같은 경상도 사투리´라 했는데 시인으로서의 ´사투리´ 이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시인이여, 사투리가 고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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