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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림 시인, 첫 시집 ‘비의 요일은 지났다’ 펴내
작성자 경남문학관
댓글 0건 조회 1,668회 작성일 2015-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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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의 오해와 삶에 대한 회의가 눈앞에 강처럼 펼쳐졌다. 이 강을 침묵으로 건넌 사람이 있다. 입을 여는 대신 책상 위에서 시를 눌러썼기에 가능했다.

    이일림(52) 시인이 첫 시집 ‘비의 요일은 지났다(시인동네)’를 펴냈다.

    시인은 뒤늦게 시에 빠졌다. 2002년,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아 동생들을 공부시키기 위해 자신을 포기했던 인생을 되돌아보면서다.

    그는 불교 교리 공부를 결심했는데, 수업 전 시를 나눠준 것이 문예반 소녀의 마음을 일깨웠다. 그때부터 시를 찾아 읽고 대학에도 입학했다. 그러나 모든 게 녹록지 않았다. 밝은 성격이었지만 말주변이 없는 것도 사람 사이에서 쉬이 오해를 낳았다. 그는 침묵을 택했다.

    시 속에서는 마음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비와 안개를 몰고다니며 경계를 흐렸다. 자연의 식물성과 동물성을 가리지 않고 인간 삶에 유사한 성질을 목격하거나 상상해 끌어왔다.

    ‘실처럼 너를 토해놓고 고개를 가누지 못했다. 한잠 자고 난/사이, 너는 사라졌다. 나를 벗어 너를 짓고 싶었다. 다섯 번의/잠을 자고 나면 내 집이 될 줄 알았다.’ - ‘기억의 누에’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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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밖으로의 침묵은 시에서 여러 성질을 풀어내게 했다. 시적 카오스모스(카오스와 코스모스의 합성어)가 만들어졌다.

    오태호 문학평론가는 “침묵하는 달의 그림자를 응시하며 안개의 속도로 시간을 채집하는 시인의 내면이 존재한다. 물론 그 내부에서는 동물성과 식물성, 온대성과 열대성, 고요와 격렬이 함께 들끓으며, 자아와 세계가 카오스모스적인 공간임이 드러난다”고 평했다.

    그는 시에다 이 카오스모스를 풀어놓는 방법으로 강을 거의 다 건넜다. 강물같은 ‘비의 요일을 지났다’.

    침묵에 대한 애정과 믿음은 겉표지와, ‘침묵’ 연시에서도 나타난다.

    ‘나에게 물이었던 적 있는 당신, 밤이 되면 가끔 침묵은 그림/자를 열어 꽃으로 태어나는 꿈을 꿔요. 전통을 고수하는 진흙/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는데’ -‘침묵2-연자육’ 일부

    “침묵의 아름다움을 믿게 됐습니다. 땅속에서 천년을 잠자는 연자육처럼 행복을 기다리면서 시 속에 애환을 담아내고 긍정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 사이 세상을 보는 시야도 조금씩 넓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고성 출생인 이일림 시인은 2008년 시인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창원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젊은시인들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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