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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문산에서 농사를 지어 열매와 시를 함께 거둬들이는 시인이 시조집을 냈다.
손영희(59)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소금 박물관’을 펴냈다. 2009년 첫 시집 ‘불룩한 의자’를 낸 뒤 6년 만의 시집이다.
시인은 지난 2013년 봄부터 진주 문산읍 딸기나무 위에 터를 잡고 살고 있다. 앞에는 산과 밭이 펼쳐지고, 아크릴로 만든 투명 창끝에는 맺힌 빗방울이 아롱거린다. 자연에 돌아간 삶이라 여유로울 듯하나, 귀농의 삶을 사는 그는 하루가 빠듯하다.
그러다 짬이 나면 문 앞에 만들어놓은 데크에서 정자가 많아 정자리가 된 마을을 내려다보며 책을 읽는다. 자연 속에 들어앉은 서재다. 신선이 따로 없겠다는 질문에 그는 여기 온 뒤로 시는 잘 쓰여지지 않는다는 말로 답했다.
“이제는 자연에 끼어 살며 느끼는 감정들, 여기 이야기가 스며들어 기록하고 있어요. 삶이랑 다른 시를 쓰는 사람이 있다는데, 전 그게 안돼요. 시집에 녹은 일상과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그가 시인의 말에서 “늘 무언가에 쫓기듯 살아온 날들이 자연과 마주하면서 비로소 제 속도를 찾은 것 같다. 치유 받는 삶 속에서 덤으로 얻는 시”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흙을 만지는 사람, 동물과 맞닥뜨리는 사람이 현실을 반영했다고 해서 흙냄새 구수한 일상적 언어로 이뤄졌다 생각할지도 모르나, 그의 시는 여전히 황량한 도시처럼 무겁고 차갑다.
손영희 시인이 지난달 30일 진주시 문산읍 정자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다.
파고, 또 파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포위망 좁혀오는 산 그림자에 길 잃는다/위험은 총 가진 자의 눈빛에서 살아나고,//외롭다 말하는 법을 알지 못했을 뿐/낙타처럼 우아하게 걷는 법을 몰랐을 뿐/전류가 흐르는 철책, 덫은 치욕이다//기억도 가물거리는 고구마밭 여기던가/시간을 되물림하는 짐승으로 분류된 자/머리로 들이받을 때 그건 고독의 영역 - ‘흔적-멧돼지’ 전문
신상조 문학평론가는 “시는,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자신의 삶에서 그 재료를 취한다. 시의 절실함과 내밀한 고백은 별반 다르지 않다”며 “그는 개인의 역사와 상처가 깃든 말들을 침묵함으로써 숨기거나, 자명한 의미가 아닌 불투명한 이미지로 가시화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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