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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1970년대 경남대 문학동인지 <갯물>로 함께 활동한 이들이 나란히 30여 년 만에 시집을 내서 화제다.
변승기(71) 3·15의거기념사업회 회장이 <그대 이름을 다시 불러본다>(황금알)는 시집을 냈다. 변 회장은 지난 1981년 신동집 시인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시 '외로운 새야', '무제', '겨울바다', 1984년 '항구', '시월상달', '겨울장미'로 문단에 이름을 알렸다. 당시 신 시인의 2회 추천으로 천료(추천 완료) 등단했다.
변 회장은 이번 시집이 공식적으로는 첫 시집이라고 밝혔다. 20년 전 아들이 변 회장이 쓴 시를 묶어서 <꼬맹이에게>라는 시집을 만들어 생일 선물로 준 적은 있지만, 자신이 펴내 널리 알린 공개 시집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 이번 시집에는 1960년대부터 2014년까지 쓴 시 200여 편 가운데 고른 70편이 담겼다. 10대부터 70대까지 60년 세월이 시집 한 권에 담긴 셈이다. 그는 "한동안 시에 대한 열정이 식었던 것 같다. 반성한다. 이번 시집 발간을 계기로 남아 있는 시간에 좋은 시를 쓰고자 한다"고 전했다.
특히 1960년 3·15의거 55주년을 맞아 그 시대정신을 시민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고 밝혔다. 그는 "시에 3·15의거가 틈틈이 녹아있다. 3·15의거 정신의 손톱자국이라도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출판기념회에서 포즈를 취한 변 회장(왼쪽)과 김미윤 경남문학관장. |
시 제목으로 내세운 '그대 이름을 다시 불러본다' 시가 대표적이다. "여기는 구암동 애기산 중턱/이름 없는 풀꽃과 더불어/아직도 두 눈 감지 못하고 누워있는/서러운 얼굴들이 있다//1960년 3월 15일/불종 거리에서/남성동에서/더러는 시청 앞에서/독재와 불의에 항거타/풀잎처럼 쓰러져 간 열두 꽃봉오리/오늘은 죽어 말하는/한 그루 나무 되어/조국의 하늘 지켜보고 있다//(하략)"
변 회장은 1960년 마산상고 1학년 때 3·15 마산의거에 참가했다 마산시청 앞에서 총상을 입었다. 당시 경험이 시에 오롯이 적혀 있다. 시가 역사적 기록이자 증언이다. 지난 12일 저녁 창원시 마산합포구 사보이호텔에서 변 회장의 시집 <그대 이름을 다시 불러본다>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같은 동인지 활동을 했던 김미윤(70) 경남문학관 관장도 <흑백에서>(도서출판 경남) 시집을 냈다. 김 관장은 1984년 <녹두나무에 녹두꽃 피는 뜻>, 1985년 <갯가에서 부는 바람> 시집을 낸 후 이번에 30년 만에 세 번째 시집을 발간했다.
그는 1986년 <시문학> 추천, <월간문학> 당선으로 문단에 나왔고, 1995년 <문예한국>에 미술평론이 당선돼 미술평론 활동도 해왔다. 진해 출신 유택렬 화백의 작품 평론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래서 이번에 유 화백이 활동했던 공간인 '흑백'을 추억하는 '흑백에서'라는 시를 제목으로 한 시집까지 내게 됐다. 시집 표지에도 유 화백의 1990년도 작품 '부적에서'를 내세웠다. 이달 말 유 화백의 기일에 맞춰 청색기조 분석이라는 부제로 '디아스포라의 좌절과 성취'라는 평론도 준비했다.
'흑백에서' 시는 "(상략)대천동 개울가 봄햇살을 잘게 빻아/신들림이 풀어낸 오방색 부적이여/떠나고 남는 것 또한 쉬운 일 아닌데/목청껏 부를 수 없어 그리움은 멀고/바랜 인연끼리 흑백 사진첩에 얽혀/추억 따라 시린 마음 되어 쌓일 때면/색인생 살다간 북청 사나이 떠올라/내 허기진 그곳에 종일 벚꽃이 진다//"라고 적혀 있다. 시는 유 화백의 딸인 피아니스트 유경아 씨가 피아노곡으로도 만들었다.
이번 시집에는 자연에 대한 경외, 인간에 대한 사랑을 중심으로 한 시 80편이 담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생각하며 쓴 시 '그는 떠났다'를 비롯해 마산수출자유지역, 창동, 육호광장을 소재로 한 시도 눈에 띈다. 내달 9일 오후 6시 창원시 마산합포구 롯데백화점 마산점 18층 웨딩홀에서 〈흑백에서〉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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