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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걸린 세 번째 시집… 김미윤 시인 ‘흑백에서’ 펴내
작성자 경남문학관
댓글 0건 조회 1,689회 작성일 201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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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고 쓸려가길 반복하다 30년 만에 엮인 시들이 ‘흑백에서’ 빛을 쬔다.

    김미윤(69) 시인이 30년 만에 세 번째 시집 ‘흑백에서’를 펴냈다. 문인으로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던 그이지만, 두 번의 사건 덕에 묶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98년도였나요. 황선하, 신찬식 선생이랑 같이 오동동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나서 가방을 통째로 한 번 잃어버렸죠. 그리고 2003년에 댓거리쪽 건물 지하 2층에 사무실이 있었는데, 태풍 매미로 사무실이 몽땅 잠겨서 원고가 다 날아갔죠. 그때 참 괴로워서 시를 그만 써야 하나 생각도 들었습니다. 두 번 다시는 기억나지 않아 내내 마음에 걸리는 시편들도
    그러니까 이번 시집에 있는 시들은 ‘살아남은’ 것의 집합이다. 잡지에 실리면서 원고가 남아 있었던 30년 전 시들부터 최근작까지 아울렀는데 미술평론가로서의 김 시인도 찾아볼 수 있다. 시집 표지의 그림 ‘부적에서(1990)’를 그린 고 유택렬 화백과 가까웠던 그는 유 화백의 그림세계를 연구했고, 평론을 썼다. 유 화백이 운영했던 진해 ‘흑백다방(현 문화공간 흑백)’의 추억이 많을 수밖에. 지난해 유 화백의 두 번째 평론을 쓰다 문득 내려쓴 ‘흑백에서’는 시집의 표제작이 됐고, 유 화백의 딸인 피아니스트 유경아씨가 시를 받아 피아노곡으로도 만들어져 추모곡이 됐다.

    바람의 낮은 음계 계시처럼 다가와/지워버린 세월도 풍경으로 바뀐 곳/대천동 개울가 봄햇살을 잘게 빻아/신들림이 풀어낸 오방색 부적이여/떠나고 남는 것 또한 쉬운 일 아닌데/목청껏 부를 수 없어 그리움은 멀고/바랜 인연끼리 흑백 사진첩에 얽혀/추억따라 시린 마음 되어 쌓일 때면/색인생 살다간 북청 사나이 떠올라/내 허기진 그곳엔 종일 벚꽃이 진다 - ‘흑백에서’ 전문

    두 번이나 그를 좌절시키게 만들면서도 다시 펜을 들었던 이유는 형편이 어려워 서울로 공부를 하러 가지 못한 고등학교 때부터 시가 그를 구원했기 때문이다.

    “사람 사이의 따뜻함과 추억, 그리고 위로를 주는, 경이로운 자연물을 아름다운 글로 쓸 수 있어서 행복하거든요. 앞으로는 자신의 성찰을 더 깊이 하고 자연이 던져주는 메시지를 놓치지 않고 싶습니다.”

    김 시인은 마산 출생으로 1986년 시문학 추천, 월간문학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녹두나무에 녹두꽃 피는 뜻’, ‘갯가에서 부는 바람’ 등이 있으며 현재 생활문화예술협회장, 경남문학관 관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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