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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 시인 열두 번째 시집 ‘소금 성자’
작성자 경남문학관
댓글 0건 조회 1,704회 작성일 201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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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러내서 꼭 필요한 것만 남은 것, 정제된 하얀 소금 한 되 같은 시집이 나왔다. 두고두고 짭짤히 읽힐 것이다.

    정일근 시인(57)이 시집 ‘소금 성자 (산지니)’를 펴냈다. ‘방!’ 이후 2년 만이다. 히말라야에서 소금을 받아내듯 56편을 골라 묶었다.

    등단 30주년을 맞는 해에 펴내는 12번째 시집, 그는 시인의 말에 “시로 발언하고, 시로 실천하고, 시로 존재한다”고 썼다.

    30년 만에 동양의 12간지에 따라 한 바퀴를 돈 느낌, 다시 제자리를 찾아 하나부터 시작하려면 바로 서야겠다고 생각했단다. 그 시작은 ‘읽히는 시’를 쓰자는 것. 대부분의 시가 한 페이지를 넘어서지 않는다.

    “열 번째 시집까지는 행이 길고, 장중한 시들이 많았지요. 어느 날, 변해야겠더라고요. 다 덧없게 느껴졌어요. 그런 시가 읽히겠냐 싶었죠. 이제는 시로부터 내가 길들여져야겠다 생각합니다.”

    신라의 후손이라고 말하는 그는, 신라 향가의 맥을 이어 짧고 또박또박한 시를 썼다. 시를 정제했다. 계몽적이었던 시에서, 독자들의 생각 몫을 위해 비워놓은 시가 됐다.

    표제작이 된 ‘소금 성자’도 마찬가지. 이 시는 지난 2000년 시인이 에베레스트에 올랐을 때 마음에 스민 풍경을 옮긴 것이다.

    히말라야 설산 높은 곳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받아/물속에 숨어 있는 소금을 받아내는 평생 노역이 있다/소금이 무한량으로 넘치는 세상/소금을 신이 내려주는 생명의 선물로 받아/소금을 순금보다 소중하게 모시며/자신의 당나귀와 평등하게 나눠 먹는 사람이 있다. - ‘소금 성자’ 전문

    시인의 30년 지기 구모룡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시의 주인공과 그가 받아내는 소금을 각각 시인과 시로 읽어도 무방할 것이다”며 “그는 한 편의 시에 이르는 과정의 성실성이 소금과 같이 읽는 이에게 스며들 것이라 믿는다”고 썼다.

    그가 스스로 소금 성자일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나눔’이다. 소금 성자가 당나귀와 소금을 나눠 먹었듯 그가 성실히 정제한 시를 나누기로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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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일근 시인이 지난 14일 오후 경남대 교정에서 시집을 펼쳐보고 있다.
    이 시집의 인세 전액을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네팔 지진 피해 구호 성금으로 쓴다, 내년 1월 시인이 네팔 해외봉사를 갈 때에 맞춰 현지 출판기념회가 열린다.“누군가 시집을 사서 읽는 것이 네팔 아이들의 공책과 연필, 혹은 한 끼 식사가 될 수도 있어 기쁩니다. 시로도, 나눔으로도 곱씹을수록 맛있는 시집, 오래 읽히는 시집이 되었으면 합니다.”

    정 시인은 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바다가 보이는 교실’,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 등을 펴냈다. 현재 경남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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