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경남문협총회 낭송작품
작성자 58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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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에 오실땐 맨발로 오세요
송미령
사람도 자연의 일부가 되는
우포에 오실땐 맨발로 오세요
사시절
모양 색깔 모두 다른
우포에 오실 땐 맨발로 오세요
수초에 뒤덮인
퇴적늪의 단단함을
때론 살얼음 차가움을
자분자분 맨발로 느껴보세요
우포에 오시면
말이 필요치 않습니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가슴속 응어리 녹아내립니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가슴 넉넉함 채워집니다
지친 어깨 살며시 토닥여 주는
내 어머니 같은 가슴이 있습니다
우포에 오실땐 맨발로 오세요
봄날 우포로 가는 길목
왕버들 여린 싹눈 틔우고
고요로운 물위로 조각난 햇살 찰랑입니다
한낮의 노오란 기린초 위로
청실 잠자리 떼 비행하고
애기 물방개 바쁘게 오르락 거릴때
보라빛 석남풀꽃 피어나 반갑다고 손을 흔듭니다.
밤에는 말갛게 세수한 별들이 총총
풀섶엔 반딧불이 동심의 호롱불을 밝힙니다
노을빛 붉은 칠불초
한아름 가을을 품고 걸어 오더니
어느새 서리 새벽
물안개 자욱히 피어 오릅니다
북녘 저 먼 시베리아의 하늘길 뚫고
힘차게 날아온 기러기 청둥오리...
철새들의 안식처
함박눈 내리는날
힘차게 날아오르는 고니들의 군무를 보면
그 아름 다움에
우리도 덩달아 온몸으로 한 춤사위를 펼치게 되지요
사람도 자연의 일부가 되고
일억만 년 원시와 함께 호흡하게 되는 곳
우포늪에 들어서면
우리 가슴도 칠십만 평 마음이 넉넉해집니다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아름다운 삶을 영위하는 곳
우포늪에 오실 땐 맨발로 오세요
<창녕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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