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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 들은 이야기에 마음을 나누며 ‘마음으로 쓴’ 시들을 모아 처음 세상에 내놨다.
김해에 있는 김하경(50·사진) 시인이 첫 시집 ‘거미의 전술(고요아침)’을 펴냈다. 최근 3년간 쓴 61편을 실었다. 시인은 시를 내놓는 일이 여전히 부끄럽다고 말한다. 열심히 시에 대해 고민하지 않나 싶지만, 사실 그의 하루 일과는 시로 시작한다.
왕복이 꽤나 먼 직장, 집에 오면 집안일을 하고 잠들기 바빴다. 대신 그는 새벽 5시, ‘풀벌레 소리도 잠든 시간에 펜을 들고 서성거렸다’. 온 마음을 집중할 수 있는 그만의 시간, 이때 시인이 일하는 병원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비롯해 살아가며 힘든 일들이 하나둘 책상으로 모여들었다.
표제작인 ‘거미의 전술’은 사회복지에도 관심이 많은 시인이 요양원에서 일하는 친구가 말하는 이야기에 마음이 닿았던 것을 쓴 것이다. 독거노인세대에 찾아간 복지사가 발견한 바닥은 콘크리트가 갈라져 금이 가 있고, 그 사이로 거미가 집을 지었다는 이야기, 듣고는 지나칠 수 없었다. 임대아파트 바닥에 물이 샌다/담쟁이 넝쿨 말라있는 줄기처럼 금이 쩍쩍 갔다//오랜시간은 소리 없는 힘을 가졌나//(…)무심코 지나친 시간도 삶의 무게를 싣고/볼 수 없던 힘은 허공에 시간을 불끈 쥐고 있다/시간의 불 켜고 비 피한 나이가 캄캄한 터널도 집이 될 수 있는 틈이다 - ‘거미의 전술’ 일부
김하경 시인
시인이 타인의 어려움을 지나치지 못하는 따뜻한 마음은 삶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간접경험으로 켜켜이 시인의 새 시집 사이로 끼어들었다.
표사에서 이지엽 시인은 “김하경 시인의 작품에는 따뜻함이 묻어난다. 살결과 살결이 서로 끌어당기는 사랑의 봄기운(‘간격’)이 있다”고도 설명했다.
앞으로도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사회의 현실을 마주하는 시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어려운 시대, 힘든 시대잖아요. 시대에, 현실에 맞춰서 리얼리즘적인 시를 쓰고 싶어요. 삶에, 복지에 제 삶을 대입해서도 쓰고 싶고요.”
김하경 시인은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 2012년 열린시학으로 등단했으며, 시 ‘공중그네’ 외 1편으로 전국계간지 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이팝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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