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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후남 수필집-퍼온글
작성자 munhak
댓글 0건 조회 4,016회 작성일 2006-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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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경남신문(2006.2.1)

작품나들이-첫 수필집 ´시간의 켜´ 펴낸 한후남씨

  여성의 삶과 恨 펜 끝에 녹여


  소박하게 살아가는 이웃들의 모습이 글의 소재


  15년여 걸쳐 쓴 작품들 수필집으로 엮어







  “수필은 시. 소설과 달리 허구를 쓰는 것이 아니기에 작가와 작품이 동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그래서 독자 앞에 맨몸을 드러내는 것처럼 두려움을 느낀다.”


  창원 용지호수가 가깝게 보이는 한 찻집. 첫 수필집 ‘시간의 켜’를 펴낸 수필가 한후(사진)남씨는 “작품을 탈고할 때마다 자신에게 충실했는가 되짚어 보는 시간이 많다”면서 “내 수필을 유서로 대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작가는 작품마다 모티프를 얻는 것이 다르다고 한다. 어떤 작품은 한 소재를 갖고 형상화시키는 것이 있는가 하면 또 오래도록 쓰고자 하는 주제를 삭였다가 풀어내는 것도 있다. 주로 주변에서 보고 겪는 것이 대부분이다. 직접 경험으로 얻을 수 없는 것은 소설. 시.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주변사람들의 얘기에서도 모티프를 얻는다고 한다.


  표제작 ‘시간의 켜’도 한 여류 시인의 시집에서 같은 여성으로서의 공감대가 느껴져 모티프를 얻은 경우.


  “마침 문우들과 낙동강가로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바라다본 일몰과 강변의 물무늬가 마치 내가 걸어 온 과거의 시간처럼 비쳐졌습니다. 그리고 6대 종부인 친정어머니의 삶이 아울러 소용돌이쳐 오더군요.”


  치매가 심한 시아버지를 수발하면서 쓴 시 ‘그것을 보았다’를 인용해 여성이기에 겪는 아픔과 모멸과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인간으로서의 불평등한 관습이 만연한 사회를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처럼 작가는 인간의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습을 제일 아름답게 느끼면서 소박하고 진실하게 살아가는 이웃들의 삶을 같이 아파한다. 그리고 그 느낌이 가슴에 닿아 용해되어 있다가 어느 날 저절로 손끝에서 풀려나온다. 최소한 1년 가량 묵혀서….


  “남명문학상 신인상을 받은 ‘소나무’도 애착이 가는 작품이지만 ‘선사의 땅을 밟다’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1999년 창원박물대학에서 진주시 대평면의 선사유적 발굴 현장을 답사했을 때의 느낌을 담은 작품이다. 마침 그곳에서 발굴된 유골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면서 관념이 일탈된 앙상한 뼈마디가 삶과 죽음을 극명하게 대비시켜 펜을 들었다고 한다.


  작가는 소녀 시절부터 일기를 써왔다. 그것이 바탕이 되어 1989년 ‘경남문학’신인상으로 등단했다. 횟수로 15년여에 걸쳐 쓴 작품들을 첫 수필집으로 묶은 것이다.


  문학평론가 김열규씨는 “한후남의 작품은 인간사회에서 겪게 되는 모든 사람들을 망라해서 여성의 한과 트라우마를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수필집은 여성들의 텃밭을 위한 정원사요. 원예사 구실을 해내고 있다”고 평했다.


  작가는 “그동안 사물의 겉모습에만 치우친 점이 많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좀 더 관조적인 삶을 살고 싶고 불교 철학을 바탕에 깐 심도 있는 글을 쓰고 싶다”면서 앞으로의 각오를 내비쳤다.


  강릉 출생. ‘경남문학’신인상. ‘수필문학’천료. 경남문협. 경남여류문학회 회원. 창원 성주사 월간 ‘곰절’ 편집위원으로 활동중이다. 이종훈기자 leej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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