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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문단·문인 동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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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현대시> 수록 글
작성자 경남문학관
댓글 0건 조회 2,108회 작성일 2021-06-04

본문

결핵 문학*

 

 

  송재학

 

 

  결핵 문학의 전후를 마산*에서 찾는다 엽서에 입김을 남기면서도 머뭇거리는 모월 모일, 밤이면 조금씩 아파가는 병의 흰 살결이 눈부신 걸까 나도향과 임화를 따진다면 아름다운 마산에서 환멸의 섬섬함을 주는 쓸쓸한 마산**까지 세로의 날짜들이다 체온이 올라가는 안개가 모이고 어디서나 종소리가 들린다 파스와 에탐부톨을 지겨워하던 내 아우도 결핵 문학***을 거치던 청춘이다 전선줄에 매달린 낮달이 웅웅 거리는 신열에 시달리는 동안 경남문학관 가는 오래된 열차표를 선뜻 받았다 그곳에서 뒷모습이 푸르른 천사를 만나겠다 붉은 노을의 섶으로 피를 흘린다는 병의 연안은 길고 습했다 밤으로만 다니는 짐승의 생김새가 병의 이름과 비슷하지 않은가 남천의 알록달록한 이파리 너머 수평선이 생겨서 등대가 있다 나를 들여다보는 병과 같이 수축하는 불빛, 누군가의 동공이기에는 너무 어둡거나 밝다 내가 알던 친숙한 감정의 마산은 엎드려 엽서를 쓰기에 적당하게 따뜻한 곳

 

 

 

* 마산은 1946년 국립 마산병원 설립 이전부터 우리나라 결핵 치료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나도향, 임화, 권환, 이영도, 구상, 김지하, 함석헌 등이 마산에서 치료와 요양을 했다.

** "마산에 온 지도 벌써 두 주일이 넘었습니다. 서울서 마산을 동경할 적에는 얼마나 아름다운 마산이었는지요! 그러나 이 마산에 딱 와서 보니까 동경할 적에 그 아름다운 마산이 아니요, 환멸의 섬섬함을 주는 쓸쓸한 마산이었나이다." 나도향의 단편 「피 묻은 편지 몇 쪽」(1926년 4월, 《신민》에서 발췌. 이 소설은 염상섭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단편이다. 그해 8월 나도향은 지병으로 요절한다.

*** 국립 마산 결핵병원에서 남윤철 민웅식 박철석 등이 펴낸 동인지 《청포도》는 4집까지 나왔다. 1960년대 국립 마산병원 내의 결핵 문학동인인 무화과 동인들이 《무화과》를 6집까지 출간했다.

 

 

 

 

- 월간 《현대시》 2021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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