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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관 시인 유고시집 ´나무들은 말한다´ |
세상을 향한 정직한 시선 지상에 남겨두고… ‘해마다 년말 가까이 한 달 전부터/예수가 탄생했다는 성탄절을 맞아/밤마다 나무에 대낮처럼 불이 켜진다//나무들은 말한다//하느님이시여/당신 아들 탄생도 좋지만/제발 잠좀 자게 해주십시오’(‘나무들은 말한다’) 최근 출간한 이선관 시인의 유고 시집 ‘나무들은 말한다’(바보새출판사) 표제작이다. 평생동안 시는 그에게 어머니였다. 시는 언제나 그를 안아주고 씻겨주고 밥을 먹여 주었다. 13번째 시집까지 그는 사람. 사회. 통일. 환경 등의 문제를 시 속으로 끄집어 내는 일관된 길을 걸어왔다. ‘마산 바다가 성이 났네요/성난 바다가 이 고장을 무자비하게 덮쳤어요/…오만방자한 사람들의 탐욕으로 인하여/…무분별하게 매립을 하여 사고 팔았다는/철없는 짓이 마산 바다를 분노하게 만들었어요’(‘바다가 성이 났네요’중에서) ‘매미’ 대재앙은 인재(人災)였다는 환경의식을 거침없이 표현했다. 지금 세상은 사형수가 장관이 되고 노동자가 국회의원이 될 만큼 많이 변했지만. 그가 바라보는 현실은 여전히 ‘당신들은 똥개이다’(‘당신들은 똥개이다’중에서)라는 말을 되풀이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시인은 거창한 구호나 담론에 기대어 시를 쓰기보다는 우리 주변의 일상적 풍경과 사물들. 그리고 사람들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는데 집중한다. 그의 시는 무엇보다도 사람과 세상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것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하상일 문학평론가는 “이선관 시인에게 언어의 형식과 구조를 강조하는 미학주의 시는 겉치레에 불과하다. 그는 무엇보다도 당면한 현실을 바라보는 정직한 시선에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인다”고 해설에서 밝혔다. “한번 읽어 보십시오. 건강이 허락되면 내년에 또 책으로 뵙겠습니다”라는 시인의 말을 지키지 못하고 그는 지난해 겨울 우리곁을 떠났다. 1971년 ‘씨알의 소리’에 ‘애국자’발표로 작품활동을 시작. ‘기형의 노래’. ‘창동 허새비의 꿈’ 등 다수의 시집이 있다. ‘불교문화상’. ‘교보환경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이종훈기자 leejh@kn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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