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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문화인맥-경남도민일보
작성자 munhak
댓글 0건 조회 3,791회 작성일 2006-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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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문화인맥(文化人脈)①문학
창작 세계 열중…후진 양성 소홀한 편

 


이원정 기자 june20@idomin.com


 


인맥이란 말은 한국사회에서 다소 부정적으로 여겨진다. 지연 학연 혈연과 파벌이 뒤섞인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편견에서 벗어나 ‘일군의 사람들이 일궈낸 역사’를 조망하고자 한다면 역시 ‘인맥’이란 물줄기를 진단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경남 문화계 인맥을 꿰뚫어보는 작업도 이런 이유에서다. 훌륭한 업적을 남긴 문화인들이 소리없이 스러지는데도, 그들을 ‘통시적’으로 조망할 기회가 없다는 건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경남도민일보는 경남의 문학 인맥을 비롯해 차례대로 연극, 음악, 미술, 문화재, 무용, 국악 등의 문화 인맥을 정리하고자 한다. 이로써 경남이란 테두리가 보다 선명해지면서, 그속에서 역동적인 자취를 남긴 사람들의 이름이 오롯이 기억되기를 기원한다.


독자들에게 당부할 것은 설령 문화 인맥 기사에 이름이 거론되지 않거나 업적이 소극적으로 표현된다 할지라도, 이번 취재가 주로 굵은 흐름을 좇는 데 치중했음을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

도내 문학계의 맥을 좇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피란기에 거쳐간 문인 등 지역에 뛰어난 문인이 많긴 했으나 자신의 창작 세계에 열중해 후진 양성에 소홀, ‘인맥을 잇는다’고 표현하기 힘든 면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에 오면서 누가 누구의 뒤를 잇고 제자가 되었다기보다는 각 대학이나 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원을 수료하거나 나름의 문학수업을 통해 각자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인맥’을 따지기보다는 그동안 지역에서 어떠한 문인들이 활동했는지, 어떠한 문인들이 창작열을 불태우고 있는지 대략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존칭은 모두 생략한다.

△ 권환과 이은상

근·현대 경남 문인을 이야기하자면 제일 먼저 꼽히는 사람이 이은상과 권환이다.

서정시학을 추구한 노산 이은상은 지역에 뚜렷한 제자를 남기지는 않았다. 단지 생전의 이은상과 교류하며 후에 논문 등을 쓴 시조시인 김교한이 이은상의 제자로 꼽히는 정도.

하지만 시조시인 이은상에서 출발하는 지역의 현대 시조는 막강한 뿌리를 가지며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이름 높다.

이은상 이후 시기에 활동한 인물이 가람 이병기의 영향을 받은 김상옥이다.

시조 <봉선화>로 <문장>의 추천을 받은 바 있는 김상옥은 <낙엽>으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역량을 다시 한번 인정받는다.

윤이상과 김춘수·김상옥·유치환 등은 통영에서 통영문화협회를 만들어 근대 지역 문학계의 발전에 의미있는 역할을 했다.

카프의 대표 문인인 권환은 그동안 ‘깜빡 잃어버린 이름’으로 머물다 몇해전부터 지역에서 조명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며 ‘권환문학제’ 등이 개최되고 있다.

하지만 후배 문인들을 키우거나 후진을 양성하는데는 소홀했으며, 현대사의 질곡 속에서 ‘카프’의 맥은 거의 끊긴다.

월초 정진업은 권환의 제자는 아니지만 정지용의 추천을 받아 등단해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다.

카프 권환·시조 이은상, 근·현대문학 주축

그러나 이들도 ‘후진’으로 꼽을 만한 제자가 없이 맥이 끊겼다.

최근으로 훌쩍 뛰어넘으면 강신형·이종찬·우무석 등의 시인들이 그들의 작품 세계를 기리고 있다.

정진업과 이들 요즘 그룹을 이어주는 끈으로 지난해 세상을 떠난 이선관을 거론할 수 있다.

정진업과 비슷한 시기에 같이 활동하던 사람으로, 역시 정지용의 추천을 받은 김수돈이 있으며, 그 뒤를 황선하 등 여러 문인이 이었고, 그 맥을 정일근·고두현이 따르고 있다.

김수돈의 활동 시기에 아동문학계에서는 이원수가 돋보였으며, 이러한 아동문학의 뿌리는 임신행으로 현재의 지역 문학계에 정착했다.

1940년대에는 <생리>지의 동인으로 1930년대 후반부터 시작 활동을 하던 통영의 장응두가 시조로 <문장>지의 추천을 받았고, 마산의 여류 지하련이 단편 <결렬>로 <문장>지의 추천을 받았다.

이 외에도 지난해 문을 연 마산문학관에서는 이윤재(1888~1943), 안확(1896~1946) 이일래(1903~1979), 김용호(1912~1973), 조향(1917~1984), 김태홍(1925~1985), 천상병(1930~1993) 등을 전시하고 있다.

이중 안확은 1910년 국권피탈 이후에는 마산 창신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다 1914년 일본으로 건너가 니혼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했으며, 1916년께 다시 마산으로 돌아와 조선국권회복단 마산지부장을 맡고, 3 ·1운동 때는 마산시위를 주동했다.

합천 출신으로 부산에서 주로 활동했던 이주홍은 1925년 <신소년>에 동화 <새끼의 무도>를 발표하고 192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가난과 사랑>이 입선되어 문단에 데뷔했으며, 희곡·동시·동화·시·수필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도내 문단과의 교류를 통해 초기 경남 문학의 후원자 역할을 했다.

△ 마산과 창원, 그리고 진주

1940·50년대 해방 이후 김남조·김춘수·김상옥은 마산에서 교육계에 몸담으면서 김수돈·정진업과 문학 교류를 하게 된다.

이때 이들이 주축이 돼 만든 것이 지금의 마산문인협회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마산문학인협회로, 김춘수가 초대 회장을 지냈다.

40~50년대 지역별 단위 협회 결성해 활동

김춘수는 또 1951년 마산에서 결성된 문총지부의 지부장을 맡았으며, 김갑득이 부지부장을 맡아 마산문단이 공식적으로 출범하게 된다.

진주에서는 해방 이듬해 진주시인협회가 결성됐으며, 1947년 시협이 주체가 돼 영남문학회를 결성하고 <영남문학>을 발간한다.

이어 <영문>으로 제호가 바뀌어 1960년 18집까지 나오는데, 여기에 참가한 집필 동인이 설창수를 비롯해 백상현·이경순·유치환·조향·김보성·이윤수·노영란·이승자·최계락·조지훈·손동인·김동렬·조진대·김동사 등이다.

1933년 옛 삼천포에서 태어난 박재삼은 1950년 진주농림에 다니던 김재섭·김동일과 동인지 <군상>을 펴냈으며, 1955년 <현대문학> 추천을 통해 <섭리>(유치환 추천)와 <정적>(서정주 추천)이 발표돼 문단에 데뷔했다.

1960년대 활동 문인으로 이광석·김교한·신상철·추창영·김근숙·서인숙 등 마산·창원지역 문인과, 진주를 중심으로 한 강희근·김석규·박재두 등을 들 수 있다.

이광석 등 마산·창원지역의 문인들은 지역 순수시의 기반을 다졌으며 이들을 이어 1970년대 지역에서 활동한 문인으로 이우걸·정목일·하길남·강윤수·임신행·오하룡과 밀양출신으로 1970년대 마산에 정착한 박재호 등이 있다.

경남문협 회장이자 시조시인으로 이름 난 이우걸은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며 하순희·김미정·유종인·강현덕·전민·서일옥·문희숙·김진희·옥영숙·강현덕 등 여러 제자를 두며 지역 시조문학계의 자양분을 튼튼히 했다.

월간문학과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경남문학관장 정목일은 수필 부문에서 독보적이며, 김봉천·김경분·이동이·허숙영·강정이·이광수·이성철·최진희 등이 뒤를 따른다.

아동문학가 임신행의 맥을 잇는 문인으로는 이림·하영·김덕종·정희숙 등이 꼽힌다.

강윤수는 창원에서 <포에지 창원>이라는 동인지를 만들어 지역민 속으로 문학이 파고드는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올해 초 <계간 작은문학> 통권 30호를 펴낸 오하룡은 마산에서 ‘도서출판 경남’의 발행인으로 지역 문학계를 뒷받침하고 있다.

마산에서 동인지 <해조>가 창간된 것은 1978년 8월이다.

젊은작가들 지역 넘어 전국서 문단진출 활발

시에 박재호·황선하·이광석·김근숙·오미리·방창갑, 평론에 박재관이 참여한 이 동인지는 3집을 내고 종간된다.

1970년대는 문협지부의 회지 등이 안정기에 접어들어 마산의 <마산문학>, 진주의 <진주시단>, 울산의 <울산문학>을 중심으로 문인들은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다.

진주에서 진주문협의 <진주시단>이 창간된 것은 1970년이었다. 여기에 작품활동을 한 주요 문인은 시에 설창수·이경순·최용호·김석규·강희근·신찬식·김영화 등과 시조에 최재호·이명길·박재두·이월수, 아동문학에 이수정·정목일, 평론에 이명길 등이 있다.

1980년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문인으로 홍진기·이상옥·김언희 등을 들 수 있다. 김복근과 김연동도 이 시기 등단한 인물로, 지난해 마산문협 지부장을 지낸 김복근은 1970년 <들샘> 문학동인으로 활동을 시작해 1985년 <시조문학> 추천으로 등단했다.

김언희의 영향을 유홍준 등이 받고 있다.

현 마산문협 지부장인 조현술도 198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부회장인 이달균은 1983년 3·15문학동인으로 활동하다 1987년 시집 <남해행> 출간으로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1990년대 이후 지역 문학계에서 선전하고 있는 젊은 피로는 89년 등단한 하영을 비롯해 김혜연·정이경·김일태·조은길·지영·배한봉 등이 있다.

1991년 마산·창원에서 활동하던 젊은 시인들이 중심이 돼 결성한 ‘문청’은 경남문단에 활력을 불어넣고 변화와 움직임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에 성선경·윤봉한·성윤석·최석균이 중심으로 이끌다 송창우·박서영·최갑수·손택수·김승강이 합류해 현재 9명이 활동하고 있다.

성윤석과 결혼한 김애영은 199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에 당선돼 등단했다.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전경린과 1999년 경향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구경미, 경남대학교 출신의 이 두 소설가도 서울에서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 지역 문학단체는

현재 도내에는 여러 문학단체들이 지역 문단의 맥을 형성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가향문학회·경남여류문학회·경남시조문학회·가락문학회·경남수필문학회와 수향수필·동인수필 등이다.

이들은 모두 통권 20~30호 이상의 회원문학집을 낼 만큼 전통을 자랑한다.

수필과 시를 주로 하는 가향문학회는 강현순·이동이·황광지 등이 활동하고 있고, 경남여류문학회는 하영·하순희·강지연·박태남·김미숙 등이 있다.

‘마포’로 시작한 경남시조문학회는 도내의 시조 시인 대부분을 아우르고 있으며, 현 회장인 강호인과 김교한·이우걸·김복근 등이 두드러진다.

가락문학회는 이처기·홍진기 등이 활동 중이며, 경남수필은 강현순·이방수·이정옥·정영선 등이 이끌고 있다.

마산의 동인수필은 이원기·이종욱·박충일·김일태 등이, 수향수필은 고동주·진의장·양미경·서우승·차영한·문계동 등 통영의 쟁쟁한 문인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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