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박하게 정의내리자면 ´시´는 개인의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 바깥의 사람들에게는 감동을 주고, 자기 자신은 정서적 순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여기서 조금 더 범박함을 밀고 나가면 ´시´는 당연하게 여겨지던 세상사를 ´낯설게´ 하는 전복의 힘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정의는 구체적이지도 못할 뿐 아니라, 지금과 같이 온갖 수사와 문법이 난무하는 시절에는 비웃음을 살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시의 원초성을 생각할 땐 한번 쯤 떠올려 봄직한 정의가 아닐까?
<시, 날개를 달다>(도서출판 해명)라는 시집이 있다. 표제의 배경으로는 긴 복도 한가운데 놓인 휠체어 사진이 사용되었다. 그 아래로 12명의 시인이 환한 얼굴로 웃고 있다.
<시, 날개를 달다>는 통영에 있는 ´자생원´이라는 장애인재활기관의 장애인 12명이 펴낸 시집이다. 뇌병변 1∼2급의 장애를 지닌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모두 자생원 내 문예창작반 소속이고, 시집을 내는데 꼬박 7년이 걸렸다. 이들이 시집을 내는데 까지는 MBC TV의 <희망 100%> 제작진들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자생원 문예창작반 식구들이 시집을 내기까지의 과정이 TV 브라운관을 통해 소개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면 그들의 ´시´는 어떤 모습일까? 별다른 미사여구 없이 일상어로 시는 쓰여졌다. 일면 건조하다 싶을 정도로 무미하게 여길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런데 그 시어에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세상사를 전복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것은 장애인 시인들이 성실하게 자신을 표현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내 나이/서른이 넘었다/장애를 입었다//나의/평생 소원은/한번 뛰어 보는 것(심재홍 ´뛰고 싶다´중)'
'보통 사람들을 보면/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우리 장애인들은/몸이 좀 더 나아지려고 생각한다(윤희원 ´좀 더´중)'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이야기하는 것같지만 한 편의 시가 되었다. 그들의 눈에 포착된 세상은 우리가 볼 수 없었던 그 무엇이었다.
그러나 솔직한 표현 속에서도 종종 발견되는 ´작위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리고 ´착한 시´에 대한 강박관념도 비치는 듯하다. 하지만 첫 시집 이후의 시인들의 행보가 기대됨은 어쩔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