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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화시집 - <머슴새가 울었다>출간
작성자 munhak
댓글 0건 조회 4,977회 작성일 200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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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일자 경남도민일보


 



정규화, ´남루와 병마를 넘어선 동심´
시집 <머슴새가 울었다> 출간...꽃·나무·바람…자연에 대한 묵묵한 읊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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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알면서도 꽃의 줄기를' 모르듯이,

'신록과 단풍을 즐기고도 나무를' 모르듯이,

'설령 지나온 길이 가시밭이었더라도

달관에 이를 수 없다'고

이순을 앞둔 한 사내는 읊조린다.

그러면서 이 사내는 급기야

´달관´이라는 말 자체를 괄호 쳐 버린다.

'달관을 수없이 했더라도 솔직한 것만 못하다

자신을 속여야 하는 더러운 말이 달관이다'라고.



  
 
 
´달관, 그런 말도 있었던가´라는 시에서 이 같이 쓰고 있는 정규화 시인은 꽃을 알았고, 신록과 단풍을 즐겼을 법도 하다. 그리고 그가 지나온 길이 ´가시밭´이었음도 분명하다.

가난과 질병에 대한 토로가 그가 펴낸 이전의 시집 곳곳에서 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난과 질병, 그럼에도 시 곳곳서 희망 분출


그런데 그는 ´달관, 그게 뭔데?´라고 물으며, 여전히 묵묵하게 꽃을 알아가며, 신록과 단풍을 즐기며, 가시밭을 걸어가고 있을 뿐이다. 아직 ´달관´하려면 멀었다는 것일까? ´달관´이란 게 애초부터 없다는 것일까?

정규화 시인의 새 시집 <머슴새가 울었다>(계간문예)가 나왔다. 2004년 <슬픔의 내력>·2005년 <고향의 찔레꽃>·2006년 <오래된 변명>에 이은 시집이다. ´1년에 1권씩´ 시집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 ´시집 릴레이´의 시작점은 그 자신이 ´가시밭 길´을 걷고 있음을 본격적으로 노래하기 시작했던 때라서 이채롭다. 그래서 더욱 숙연하다. 시인은 하루에 1편씩 꼭꼭 ´시´를 쓰고 있다고 한다.

1년에 1권씩의 시집은 분명 ´다작´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그가 보낸 고뇌의 시간이 짐작되고도 남는다.

시인은 집요하리만치 꽃·나무·산·강·바람·하늘 등에 몰입한다. 유년의 기억을 아련하게 떠올리다가도 현재의 남루함 속에 빨려들어가기도 한다. 자연이라는 사물에 천착해 무언가를 모색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운문성´보다는 ´서사성´에 무게가 실린다. 시집 ´2부´의 진행을 보면 극적 효과를 접할 수 있다.

꽃으로는 ´돌메밀꽃´·´구절초´·´수선화´·´산국화´ 등을, 나무로는 ´소나무´·´모감주나무´·´대나무´ 등을 제목으로 삼아 대상 깊숙히 파고든다. 그러다가 아연 ´신록앞에서´라는 마지막 시에서 '꽃이 진 다음에야 알았다/꽃보다 신록이 더 좋은 것을…(중략)…꽃만 보고 산 날들이/이렇게 부끄러운 줄도 몰랐다'라고 끝맺는다.

꽃에 대한 부정도 아닐 것이며, 그렇다고 신록에 대한 무조건적인 예찬도 아닌 듯하다. 어느 것 하나 '경이롭지 않은 게 없다'는 소박한 깨달음이 아닐까?

1949년 하동에서 태어난 정규화 시인은 1981년 <창작과 비평> 신작시집으로 등단해, 1984년 첫 시집 <농민의 아들>을 실천문학사를 통해 출간했다.

'살겠다고 버둥대는 게 행복하고/여전히 살아 있다는 게 행복하다(´신의 축복´ 중)'는 시인의 목소리가 우직하면서도 묵직하다.

그런데 자연에 천착해 무언가를 모색하는 우직하면서도 묵직한 발걸음이 다소 힘겹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해설을 쓴 박몽구 시인은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시편들의 긴장감이 떨어지고, 소재가 지나치게 고향 쪽으로 편향되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정규화 시인은 박명구 시인이 포착하고 있듯 분명 ´남루와 병마를 넘어선 동심´의 시인이다. 그 ´동심´이 어디로 향할 지는 <머슴새가 울었다>를 통해 짐작만 할 수밖에…. 다음은 늘 그랬듯 시인 자신의 몫일 터. 126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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