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나하고 진정으로 하고 싶어 한 것은/내 오른손/뿐이었다' - 김언희 ´Zoom In´ 중
' 막대기로 때리고 문지를수록/소녀는 진동했고 발작에 가까웠다' - 김이듬 ´Singing Bowl´ 중
' 비닐 랩 같이 엷은 웃음이 그를 동여매고 있었다 질식할 것 같았다' - 권혁웅 ´비닐 랩 같은 웃음이´ 중
' 시키는 대로 해/원하는 대로 줄께//기계적으로 뭔가가 나오고 들어가지' - 조말선 ´기계의 기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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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사진)은 ´미래파´ 시인이라 통칭되어 불리어왔으며, 자의든 타의든 지난 2년간 한국 시단에 ´미래파 논쟁´을 촉발시킨 당사자(?)가 되어야 했다.
<서정과 현실>(발행인 이우걸) 2007년 상반기 호에서는 위에서 소개된 김언희·김이듬·조말선·권혁웅을 비롯해 성윤석·함기석·김참·조영석·이민하 등 소위 ´미래파 시인´으로 분류되어 온 이들을 호출했다.
정작 본인들은 ´미래파´라는 개념항에 묶이는 걸 탐탁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고, 지난 2년 간의 ´미래파 논쟁´이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시쓰기´는 분명 기존 시풍과는 다른 서정성을 탐색했으며, 그 탐색된 서정성을 기반으로 모더니즘의 확장과 심화를 모색해왔다.
이에 <서정과 현실>에서는 이들 9인의 신작시와 함께 그간에 ´미래파 논쟁´에 참여해온 젊은 평론가 신형철·허윤진의 평론을 모아 ´우리시대 모더니즘의 행방´이라는 제목으로 기획특집을 꾸몄다.
먼저 간략하게 ´미래파 논쟁´에 대해 말해두자면 이렇다. 시인이자 평론가인 권혁웅 씨가 <문예중앙> 2005년 봄호에 파격적인 시풍을 선보이는 젊은 시인들을 ´미래파´라 명명하면서 이 논쟁은 불붙었다. 이후 미래파는 ´소통불가능한 자폐적인 글쓰기를 하는 집단´이라는 다소 혐오 섞인 비판에 시달리도 했으며,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김이듬의 시 중 '지금은 자위 중이라 통화할 수 없습니다'라는 시구는 어느 포르노 사이트에 등재되는 등의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단 <서정과 현실>에서 허윤진은 '시인들을 동일성의 담론으로 입양을 보내'지 말 것을 강조했다. 허윤진은 '미적인 새로움이란 전적으로 근대적인 가치이고, 예술을 보는 협소한 패러다임의 하나일 뿐'이라며 '다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시인이 자신의 세계를 쇄신하는 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세계를 쇄신한다는 것은 진화론적인 ´진보´와는 다르며 ´끊임없는 부정´이어야 한다고 방점을 찍는다.
´새로움´·´기괴함´·´엽기적´ 등의 의미에만 주목할 경우 ´동일성의 오류´와 ´오독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권혁웅은 얼마전 발간된 <문예중앙> 2007년 봄호에서 '´미래파´란 말이 장광설과 환상과 엽기로 특징짓는 ´진지하지 않은´ 일군의 시인들을 이르는 용어로 변질되어 갔다'고 안타까워하고 있기도 하다.
신형철은 <서정과 현실>에서 ´수음하는 세이렌들-네 명의 여성시인과 그녀들의 시´라는 글을 통해 좀 더 적극적인 ´모더니즘 심화론´을 펼친다. 신형철이 이 글에서 다루고 있는 여성 시인 4명은 김언희·조말선·이민하·김이듬 등이다.
신형철은 ´자위´와 ´수음´을 구별하면서, 그동안 여성에게는 '타자의 결핍에 몸부림치며 타자에 대한 갈망을 위로하는 자위라면 몰라도, 쾌락을 얻기 위한 도구적이고 능동적인 행위로써의 수음은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바로 위에 언급된 4명의 시인은 ´수음으로써의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전복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신형철은 이 4명의 시인들이 '남성적 시스템이 각인한 상처가 많건 적건 배어 있지만, 언어의 힘으로 그 시스템을 넘어선다'고 보고 있다.
<서정과 현실> 2007년 봄호에 소개된 9명의 시인중 김언희·김이듬·성윤석 시인은 경남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온 시인들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한동안 침묵하고 있었던 ´미래파 논쟁´의 선구자(?)인 권혁웅이 ´미래파2´라는 글을 <문예중앙>에 발표하면서 ´미래파 논쟁´은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새 국면으로 접어든 그 논쟁의 중심에 김언희·성윤석·함기석·김참·권혁웅·조말선·이민하·김이듬·조영석 등의 신작시가 실린 <서정과 현실>이 뛰어들었다. 그리하여 ´우리시대 모더니즘의 행방´을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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