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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환문학제와 청마-정해룡
작성자 munhak
댓글 0건 조회 4,153회 작성일 2007-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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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5일자 경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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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환 문학제와 청마 - 정 해 룡 (시인·통영예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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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오월, 찬란하고 풋풋하기 그지없는 신록이 파도처럼 물결치는 오월에 `제4회 권환 문학제´가 권환의 고향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한때 이런저런 이유로 잊히고 금기시되었던 문인들을 찾아 그의 문학을 기리고 빛내는 일은 반길 일이고 고마운 일이다.


힘겹고 각박한 세상에 그런 일이 많으면 많을수록 살맛 날 것이다. 비록 작고 문인들 개개인의 생전의 행적이 세인의 입에 오르내려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를 떠나 그가 남긴 문학적 업적과 작품을 올바르게 평가하고 기리는 일이야말로 후학들이 해야 할 당연한 몫이라고 본다. 힘찬 성원의 박수를 보낸다.



인터넷의 동영상에도 `제4회 권환 문학제´라고 세로로 쓴 대형 펼침막이 애드벌룬에 띄워져 공중에서 하늘거리는 모습이며 권환의 시와 참여 시인들의 시가 새겨진 걸개가 거리에 가지런히 나부끼는 모습이며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어린이들의 모습이며 그리고 이 어린이들 중에 장차 노벨문학상을 받을 위대한 문호가 탄생하리라는 기대감과 함께 문학도 이제 이처럼 대접받는 세상이 되었음을 보여 주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가 보낸 축하화환이 위풍당당히 앉아 있어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권환 문학제´를 접하면서, 이 행사에 직접으로 관여한 어느 사람들의 이중적이고 자가당착적인 행적을 보면서 필자는 아연 놀랍고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아니, 이해라기보다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고, 어떻게  해석하고 인정해야 할는지를 모르는 사실 앞에 몇 날 며칠을 곰곰 생각해 보아도 끝내 풀리지 않았다. 풀리기는커녕 끝내는 원인을 제공한 그 사람들을 향해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나듯 가슴속에서 분노가 이슬 맺듯 맺혔다.



그것은 동일한 일을 하거나 또는 동일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어떤 사람을 기릴 때의 가치기준과 잣대는 공정하고 보편타당하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몇 년 전에 통영문인협회에서 청마가 생전 지인들에게 `편지의 시인´이라고 불릴 만큼 약 5000통의 편지를 부쳤다는 통영 중앙동우체국을 청마우체국으로 개명코자 한 일이 있었다. 청마는 그 우체국에서 유명한 `행복´이란 시를 썼고 지금 그 우체국 현관엔 `행복´의 시비가  있어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청마우체국´ 개명 때 통영의 어느 사람이 무슨 심보에선지 청마가 친일을 했다며 개명작업에 반대를 했다. 그때 반대를 하면서 시민단체와 전교조경남지회, 민족작가회의경남지회 등과 손을 잡고 삼보일배다, 성명서 발표다, 기자회견이다, 일인시위에다 소위 예술의 꽃인 문학의 일을 마치 흑백문제를 가리는 노사문제나 환경문제 다루듯 시위를 해댔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청마를 친일이라고 한 세력들의 시위가 노무현 정권이 한창 과거사 정리에 열을 올릴 그때인데 청마가 해방공간과 정부수립 후 우파문학의 수장으로 있었기에 그랬지 않았는가 싶다.



그들이 주장하는 청마의 친일 근거로는 1943년 10월20일 학도병 동원을 알리는 규정이 나오자 잡지 `춘추´는 1943년 11월호에 학도병으로 참가하는 학생들 자신의 글을, 12월호엔 학도병 참여를 권유하는 글을 특집으로 마련했는데 청마가 이 잡지에 시 `전야´ 한 편을 발표했다고 친일이라는 것이다.



만약 그들의 주장대로 시 한편을 발표한 것이 친일이라면 두 편을 발표한 사람은 특급 친일일까? 똑같은 `춘추´ 12월호에 청마는 `전야´ 한 편을, 권환은 `시계´와 `푸로펠라´ 두 편의 시를 각각 발표했다.



청마와 권환 두 시인 모두 학도병을 권유하는 특집란과는 상관이 없고 학도병 권유와는 거리가 멀다. 드러내 놓고 일본을 찬미하거나 칭송하는 친일성향의 시는 더더욱 아니다.



`권환 문학제´의 문학정담회에 참석한 인사 중에는 언론과 방송에서 유독 청마의 시 `전야´를 가리켜 친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사람이 있다.



그렇다면 왜 유독 청마만 친일이란 말인가! 한 편 발표한 시는 친일이 되고 두 편 발표한 시는 그럼 무엇이라고 해야 하는가!
고단한 시대를 살다간 권환 시인을 폄훼할 뜻은 추호도 없다.


모름지기 사람을 기리는 동일한 일을 하면서 청마에게 들이댄 그 기준과 잣대를 권환에겐 엿장수 마음대로 하면서 누구는 친일이고 누구는 민족문학의 선구자라고  치켜세우는 그들에게 누가 그런 권한을 부여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 해 룡 (시인·통영예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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