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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연출가 이윤택씨 시선집-<나는 차라리 황야이고
작성자 munhak
댓글 0건 조회 4,937회 작성일 200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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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연출가 이윤택씨 지난 시집들 추려 시선집 발간
´강한 꿈틀거림· 술렁대는 에너지´ 연극 세계 고스란히

newsdaybox_top.gif2007년 04월 19일 (목) 임채민 기자 btn_sendmail.giflcm@idomin.comnewsdaybox_dn.gif

  
 
 
연극 연출가 이윤택 씨가 그동안 자신이 발간한 4권의 시집을 추려서 시선집으로 묶었다. 제목은 <나는 차라리 황야이고 싶다> (book in)다.

'연극쟁이라는 게 원래 떠돌이 근성이 몸에 붙어서…항상 지금 이 순간의 무대만 생각하며 살다보니 지난 것들은 그대로 방치해' 버렸는데 '언제부터인가.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 다시 시를 꿈꾸어야 한다는 생각만 맴돌 뿐 어쩌지 못하고 있는데, 후배 시인들이 다시 시를 써보라고 권하기도 하고, 지난 시집들을 한 권 추려 모아보자고 해서, 염치 불구하고 시를 모아 본다'고 이윤택 씨는 말한다.

시선집은 총 4부로 구성되었다. 1983년 <시민>, 1986년 <춤꾼 이야기>, 1989년 <막연한 기대와 몽상에 대한 반역>, 1994년 <밥의 사랑>에 실린 시편들이 가지런하다.

이윤택 씨가 연희단거리패를 창단하고 본격적인 연극활동을 시작한 때가 1986년이었으니까, 여기 실린 시편들은 그의 ´극(연출) 세계´를 담보하고 있을 법도 하다. 이러한 생각을 가능케 하는 것은 ´연극 연출가 이윤택´이라는 현재가 강요한 단순한 소급적용 때문만은 아니다.

80년대를 관통하며 10여년에 이르는 시기 동안 그가 쓴 시를 일별해보면 ´이윤택 연극´이 시퍼렇게 날을 세우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엄청난 에너지가 넘치면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허무함이 발견되고, 그러나 그 허무함은 손쉬운 절망을 허락하지 않는 끈질긴 생명력을 움켜쥐고 있는 모습. 이런 것들이 시집을 넘길 때마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시집의 해설을 쓴 이재훈 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강한 꿈틀거림과 술렁대는 에너지'라 할 수 있다.

연희단거리패를 창단하게 되는 해인 1986년에 발표된 <춤꾼이야기>에서 이윤택 씨는 ´깽판´을 치겠다고 한다.

'사람들이 조금씩 뻔뻔스러워지면서/게임의 규칙은 무너졌다/뻘밭이 펼쳐지고/개처럼 싸운다/지금 여기서/내가 할 일은 깽판을 치는 일'(´깽판´ 중)이라고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헤밍웨이가 왜 복싱을 즐겼는지/도스토예프스키는 또 왜 장땡 잡는데 미쳤는지/알 만한 나이가 되었지?'(´사람냄새´ 중)라고 물으며 이 세상에서 ´깽판´ 치는 일을 모색하고 있다.

흔히 ´이윤택´ 하면 따라붙는 수식어는, 아니 ´이윤택´과 등가를 이루다시피 된 말은 ´게릴라´다. 문화게릴라. 게릴라 전법이라는 게 무엇인가? 단독 또는 소부대로 적을 기습해 전과를 거두고, 신속하게 빠져나와 민중 속에 숨어서 반격을 피하는 것을 말하지 않나. ´게릴라´라는 말이 문화예술판에서 관용적인 용법으로 쓰일 땐 전복·일탈·해체 등의 의미로 통용된다.

그렇다면, 이윤택 씨는 다시 자신의 공격 목표를, 아니 공격수단으로 ´시´를 선택한 것일까? 이것을 ´시에로의 귀환´이라 명명할 수 있을까?

아니다. 게릴라에게 ´귀환´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요즘같은 세상에 공격해야 할 곳은 도처에 널려있고, 게릴라는 그 곳을 향해 은밀한 행군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깽판´과 ´해체´를 감행하면서도 이윤택 씨가 중심을 잃지 않았던 것은 바로 이런 모습 때문이 아닐까?

'서울행/기차를 타고 가다가 문득/차창 밖을 내다보면 아득한 논길이다/그냥 이대로 저 논길 속으로 걸어 들어가/나와 만나는/숲에 닿고 싶다/는 생각을//스스로 경계함//저 길은 농부가 걸어가야 할 노동의 길이다'(´이런 정신주의를 경계함-찌라시편3´ 전문) 145쪽.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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