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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오 수필가 '지리산 종석대의 종소리' 출간
작성자 경남문학관
댓글 0건 조회 1,700회 작성일 2018-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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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자들은 나이가 들면 '철학이란 무엇인가' 같은 책을 쓰기도 한다. 버트런드 러셀이 그랬고, 질 들뢰즈가 그랬다. 이런 책들은 철학 자체에 대한 최종 결론이 아니다. 자기가 철학을 해온 과정을 되돌아 훑어보는 작업이다.

 

최근 책상 책더미 속에서 백남오 수필가의 수필집 <지리산 종석대의 종소리>(2018년 5월)를 발견하고 아차 싶었다. 책을 받아놓고 제대로 읽어본다는 게 차일피일 미뤄졌다. 그가 글 꽤 쓴다는 소리를 익히 들어온 터다. 책을 읽고 나니 마치 만년의 철학자들이 쓴 '철학이란 무엇인가' 같은 느낌이다. 다시 말해 이번 수필집은 그가 자신의 문학 인생을 되돌아보는 일종의 '수필이란 무엇인가' 식의 책이다.

 

◇지리산이란 무엇이었나 = 이번 수필집은 <지리산 황금능선의 봄>, <지리산 빗점골의 가을>, <지리산 세석고원의 여름>을 이은 지리산 시리즈의 마지막 책이라고 했다. 이처럼 그의 수필은 지리산을 빼고는 말할 수 없다.

 

"나는 왜 지리산의 수많은 봉우리와 능선들을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오르려 했을까. 왜 밤잠을 설쳐가며 그 험한 산길을 걷고 걸으며 미지의 계곡 속으로 빠져들었을까. 왜 젊음을 송두리째 바치며 그 기나긴 세월을 지리산에서 육체적 가학을 통하여 즐거움을 얻으려 했을까. 꿈꾸기 위해서다. "('나는 오늘도 꿈꾼다' 중에서)

 

그가 지리산에서 본 것은 '꿈'이다. 꿈이란 한 인간이 태어난 이유 혹은 살아가야 할 이유다. 다시 말해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진 것들을 보듬고 묵묵히 걸어가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꿈이란 생명 현상 그 자체를 말한다. 그는 이를 영원한 푸른 바람이라고 표현했다.

 

"지리산에는 유토피아가 있고, 영원한 푸른 바람이 불기 때문이고, 그 유토피아를 찾아 바람 따라 그리움 따라다닌 세월이었다고 어느 글에서 쓴 적이 있다. 맞다. (중략) 겨울은 혹독하지만, 또 다른 봄을 잉태하고 있기에 다시 하루하루가 새로워져야 한다. 언젠가는 나도 가고, 억겁의 세월 속에서 꽃은 더 피고 진다 해도, 지리산에는 영원한 푸른 바람이 불 것임을 믿는다." ('지리산 유토피아' 중에서)

 

◇문학이란 무엇이었나 = 책을 읽다 보니 그가 예비 문학가들에게 들려주는 충고가 자주 나온다. 주로 어깨에 힘을 빼라는 식의 이야기다.

 

 "잘 쓰려고 하지 마십시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얘기 하나를 친한 친구에게 편지를 쓰듯이 조곤조곤 풀어내 보세요. 욕심부리지도 마세요. 그냥 손가는 대로, 있는 그대로, 체험한 사실 그대로, 써 보세요. 억지로 꾸미려고 하지도 마세요. (중략) 힘든 책을 억지로 읽으려고도 하지 마십시오. 심심하면 둘레길이라도 걸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책에서보다 더 좋은 영감을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수필집 <행복한 정원>' 중에서) 

 

그리고 그가 꿈을 조으며 걸어온 길, 즉 문학에 대한 나름의 결론을 내린다.

 

"어느 누가 처음부터 세상을 밝힐 글을 쓸 수 있겠는가. 문학이란 외딴집 농가의 식탁을 비추는 작은 등불과도 같아서 그 불빛은 수십 리 떨어진 길 잃은 사람에게는 구원의 이정표가 될 수도 있음이다. 다양한 삶의 얘기들을 풀어내다 보면 자신은 물론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의 영혼을 달래고 어루만져주는 생명수 같은 글 한 편 나올 수도 있지 않겠는가." ('문학으로 아름다운 인연' 중에서)

 

백남오 수필가는 그가 수필 '벌초'에 쓴 오래된 무덤처럼 이제 자연스럽게 산 자체가 되려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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