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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한 시인 시집 <진부령에서 하늘재까지> 발간 - 경남신문
작성자 경남문학관
댓글 0건 조회 2,284회 작성일 2008-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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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진부령에서 하늘재’까지 펴낸 김보한 시인
“백두대간 마디마디 시어로 녹여냈죠”

“땀으로 시(詩)를 얻어냅니다.”

시(詩)를 위해 산(山)을 오르는 사나이, 통영의 김보한 시인이 시집 ‘진부령에서 하늘재까지’(도서출판말씀刊)를 냈다.

지난 2003년부터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한 그가 산줄기 마디마디에서 얻어낸 시편들을 모은 것이다. 시집에는 진부령에서부터 하늘재까지 총 300㎞의 길고 깊은 여정이 담겨 있다.

해양시로 유명한 시인이 어느 날부터 산에서 시를 캐고 다닌다는 소문은 이미 몇해 전부터 파다했다. ‘현상의 시학’을 추구하는 시인이 자연 현장을 찾는 거야 이해가 됐지만, 28kg의 배낭을 짊어맨 채 종주까지 한다는 소식은 쉬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이 질문에 시인은 “살아있는 ‘시(詩)’를 찾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몸으로 체험하는 시를 쓰고 싶습니다. 책상 머리에 앉아서 언어로 장난을 치거나 무의미한 이미지만 만들어 내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이제는 현장에서 체득할 수 있는 정직한 시가 필요합니다. 체험하지 않으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산몸시를 쓰는 게 제 목표입니다.”

그래서인가, 그는 꼭 깊숙한 산 속에서 비박을 하고, 몇 구간을 제외하고는 홀로 산에 올랐다. 산꾼이 아니기에 길을 잃기가 일쑤고, 야생에서의 잠자리는 죽음의 공포까지 그를 밀어넣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산의 몸을 체득하기 위해” 견뎠고, 도전했다. 그런 그의 고집은 생생한 날숨을 쉬고 있는 시편들로 태어났다. 마치 시인이 산이 된 것처럼 그가 전하는 산 이야기는 생생하다.

5년간 산과 함께 하면서 그는 시(詩) 외에도 많은 것을 얻었다고 말했다.

“우선은 건강이죠. 간이 안 좋았는데 말짱해졌습니다. 이제 술도 마음껏 마시지요.(웃음) 그리고 산길을 걸으면서 생을 깨닫고 잃어버린 내 자신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됐습니다. 산의 소중함, 박연의 아름다움은 덤으로 알게 됐죠.”

그는 앞으로 “백두대간 종주를 마무리하면서, 산에 대해 더 깊이 다가가 볼 예정”이라고 했다. 아마 그 결과물로 시집이 나올 것도 같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강으로 떠날 계획이다.

시집 뒤편, 하상일 문학평론가의 서평이 눈길을 끈다.

“상당수의 시인들이 자본주의 도시문화의 중심에서 무감각한 언어의 재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는 마당에, 그는 오히려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 풀과 바람과 짐승을 만나 대화하는 원초적 체험을 의식적으로 선택했다. 길은 멀고 산은 아득하지만, 이러한 어둠을 지나 산을 내려오면 그의 시는 새움을 틔울 것임에 틀림없다.”

경상대 해양과학대학 기계항공공학부 겸임교수인 그는 통영에서 태어났으며, 198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1987년 문예중앙에서 시를 발표하며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계간 ‘시계’ 발행인이자 편집인인 그는 이번 책을 부산시 문예진흥기금으로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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