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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굴레 벗고 글발 날리는 들판으로 갑니다
■ 이우걸 시조시인 10번째 시조집 ‘나를 운반하는 시간의 발자국이여’
14일 오후 5시 밀양연극촌서 이색 출판기념회… 연희단거리패 연극배우·성악가들이 ‘대표시 낭송행위전’
이우걸 시인의 60년 생을 10자로 표현하면 ‘시(詩)력 40년, 교직 생활 30년’이다. 197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1974년 중학교 교사로 발령 받은 후, 긴 세월을 시인과 교사로 살아온 그가 오는 3월 교직 생활을 정리한다.
섭섭할 법도 하건만, 11일 만난 그는 “큰 굴레를 벗어난 것 같아 너무 너무 좋고 시원하다”며 호쾌하게 웃는다. 드디어 ‘천근 같은 사무실 키를 넘겨주고, 들판으로 숲으로 또는 바다로’ 나가게 됐다는 것이다.
그가 10번째 신작 시조집 ‘나를 운반해온 시간의 발자국이여(천년의 시학)’를 출간했다. “그동안 숨어서 울던 피로들 그 고통의 소리들을 이 시집에 담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교사, 교장, 교육장이라는 옷을 입은 대가로 토로하지 못했던 속내를 담았다.
‘만장처럼 젖은 글발이 하늘에 펄럭인다/저 횡서의 상형문자를 달빛에 비춰보면/추억을 현상해내는 미세한 필름이 있다.’(‘기러기 2’ 전문)
시집은 그가 살아온 ‘길모퉁이의 행상처럼 고달픈’ 생의 발자국을 되짚고 있다. ‘바퀴엔 질주의 욕망이 감겨 있지만. 늘 브레이크처럼 세상을 두려워 하는’ 그의 삶의 방식을 ‘정신의 빗빛 요철’인 시조로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시조의 정형 양식을 완벽하게 지키면서도, 현대성을 접목하려 한 노력이 돋보인다. “극도의 절제와 함축을 본령으로 하는 시조 양식 속에서 현대성을 적극 끌어들였다.” 유성호 문학 평론가의 평이다.
“시조만 40년을 쓰다 보니 이제는 시상이 아예 시조 양식으로 떠오릅니다. 물론 지금도 시조 한 편을 완성하기까지는 힘이 많이 들지만, 다른 장르로 외도하지 않고 시조만 파고들었다는 걸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팽팽한 긴장감과 간결한 미학의 매력은 자유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매력이거든요.”
10권의 시집을 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시조를 쓰고 싶다는 그. “시대와 함께 고민하고 아파할 줄 아는 시인이 되고 싶다”는 게 소망이라고 했다.
‘조화(造花)를 비웃는 건/조화롭지 않다/낡은 방식과 구태의연한 사고/ 아직도 그 포장뿐인 너는 숨 쉬는 꽃일까.// 그래 나는 조화다/당당한 정물이다/시시각각 변해가는 커피숍 대화 곁에서/ 온 몸에 아픔을 감고/ 시대를 읽고 있는,’(‘조화’ 전문)
한편 그는 이번 시집 출간에 맞춰 특별한 ‘출판기념회’를 준비 중이다. 이름 하여 ‘대표시 낭송 행위전’. 극단 연희단거리패 배우들과 성악가들이 그의 대표시에 맞춰 노래와 음송, 연주, 행위극을 표현한다. 출판기념회 및 시행위전은 14일 오후 5시 밀양연극촌에서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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