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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인협회 첫 발걸음 내딛다
앤솔러지 ‘아침, 자연의 구술을 듣다’ 창간호 펴내… 내일 협회 발족
도내 시인 10명 소회 밝힌 ‘경남시협에 바란다’ 특집란 눈길
“첫눈은 따로 약속이 없더라도 마음 설레며 기다리게 된다. 첫눈 예보가 있는 날이면 마음은 창밖으로만 달아나고 누군가에게서 전화라도 오지 않을까 전화기에도 자꾸 눈과 손이 머문다. 초등학교 입학식 때 두려움과 설렘과 호기심으로 터질 듯이 두근거리던 그때처럼, 경남시인협회의 첫 출항에 대한 기대로 오늘은 가슴이 벅차다. 첫눈 같은 기다림이 또 하나 생겼다.”
경남시인협회의 창립을 기념하는 앤솔러지 ‘아침, 자연의 구술을 듣다(도서출판 경남刊)’ 창간호가 발간됐다. 17일 발족하는 경남시인협회의 첫 주춧돌이 놓인 셈이다.
책 표지, 하얀 바탕과 줄기를 연상시키는 연녹색 장식이 창간호의 풋풋함을 품어낸다.
“선(先) 창간, 후(後) 창립을 수순으로 협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경남시인협회 창립준비위원회(위원장 강희근). 따라서 이번 창간호는 정식 편집위원이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간됐다. 하지만 다양한 기획과 특집 등 작품집 여기저기서 야심찬 욕심의 흔적이 묻어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창간호에 빠질 수 없는 특집란, ‘경남시협에 바란다’. 경남시인협회 창립이 도내 시인들의 오랜 숙원이었음을 10명의 시인들이 짧은 소회를 통해 엿볼 수 있다.
특히 13년 전, 경남시인협회의 창립을 주도했던 고영조 시인의 글에 눈길이 간다.
“경남시인협회는 무엇이 문제였던가? 창립을 앞두고 나는 만감이 교차한다. 왜냐 하면 경남시인협회는 이미 1995년 9월 16일 창원의 교원단체연합회 강당에서 60여명의 지역 시인들이 모여 창립을 보았기 때문이다. 당시 이 모임을 주도했던 오하룡 시인과 나는 경남시인들의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위하여 애썼으나 회장으로 모시고자 했던 분이 고사함으로써 표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3년이 흘렀다. 그 일을 맡았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할 뿐이다. 왜 그랬을까. 나는 지금도 의문을 떨칠 수가 없다. 그러나 오늘 다시 창립하게 되었다. 누군가 희생하지 않으면 어떤 일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절감한다. 창립에 즈음하여 회원들이 조금씩 짐을 나눠지는 마음으로 봉사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었으면 한다. 경남시인협회는 바로 우리를 위한 우리의 무대가 아닌가.”
이어 이주언 시인은 “세 집 건너 한 명이 시인이란다. 그 말이 왜 그리 부끄럽게 느껴지던지…. 새로 탄생하는 경남시협이 이런 부끄러움을 한 겹 더 껴입는 모임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고, 안화수 시인은 “길손들이 하룻밤 묵으면서 세상살이 이야기하던 봉놋방같이, 시를 좋아하는 사람끼리 만나서 문학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또 인정을 함께 나누는 따뜻한 모임이 되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밖에 ‘경남 시인 초대석’에서 고영조, 서정홍 시인을 조명, 정이경 정푸른 시인과의 대담을 실었고, ‘작고시인 조명’에서는 정규화 시인을 회고했다. 또 성선경의 경남의 시 읽기, 이달균의 돋보기로 읽는 시집, 경남 동인지 탐방, 경남 신인 초대석 등 다양한 섹션들이 담겨져 있다. 이광석, 이달균, 박노정, 박서영, 이월춘, 최송량 등 100명의 도내 시인들은 ‘경남시단’에 신작시를 올렸다.
강희근 추진위원장은 머리말을 통해 “기존의 경남문인협회, 경남작가회의, 국제펜경남지역위원회 등으로 나뉘어 활동하던 시인들이 창작의 기본 정신에 따라 하나의 울타리 안에 모인 것만으로도 경남문학사에 한 획이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며 “앞으로 경남지역의 언어, 풍속, 자연, 역사 등에 대한 담론개발을 해가면서 어느 시협도 이루지 못했던 유일의 목소리를 내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남시인협회는 17일 함안 가야읍 함안문화예술회관에서 앤솔러지 창간 기념식 및 창립총회를 가진다. 이날 총회에서는 김열규 교수의 <기호로 읽는 한국문화 designtimesp=3514> 제하의 강연, 정관 제정, 임원 개선 등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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