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언, 정푸른, 윤병규 시인 신인상
작성자 경남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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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언·정푸른·윤병규 시인 '신인상' | ||||||||||||||||||||||||||||||||||||
2008년 못다 실었던 시단의 좋은 소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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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을 앞두고 지난해 하반기 일어났던 경남 시단(詩壇)의 '좋은 소식'들을 모아봤다. 전국 단위 순수 문예지 가을·겨울호에서 신인상을 받았던 시인과 그들의 시 소식이다.
우선, 창원의 이주언 시인이 계간 <시에> 가을호에 '거풍' 등 4편으로 신인상을 받았다. 그 중 '거풍-이장(移葬) 1'의 전문이다.
'내 몸에 니스를 칠해요/ 상처에 휘발성 알데히드가 스며들면/ 쓰리고 아파요 어차피 마데카솔을 바른다고/ 낫는 것도 아니 잖아요 썩어가는 건/ 방부제 같은 니스로 딱지를 앉히는 거죠// 유성 페인트는 칠하지 않을래요 덧난 피부위에/ 화사한 핑크슬립을 걸치고 있으면/ 토할지도 모르잖아요 패이고 짓무른/ 물밑으로 나의 곁을 들여다보며 견디는게/ 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죠// 당분간은 비 와도 걱정 없어요/ 싸구려 니스라도 방수가 되니까요/ 진한 립스틱으로 창을 뻥 내겠어요/ 벽이었던 그곳에 둥근 숨통을 트는 거죠 언젠가/ 푸른 이파리가 자라서 나올지도 모르죠// 아마 헷갈릴 거예요, 우는건지 웃는건지/ 뻣뻣하게 굳어서 번질거리는 얼굴이/ 나의 문패가 될테니까요/ 그래도 아직 나는보일러도 돌지 않는 냉골이에요/ 당신이 내 아랫목을 더듬는건 싫어요'
'굶어 죽은 자의 혼령인가/ 창백하다 흰 띠로 머리를 감싸 매고/ 큰길가 또는 들길에서/ 주먹을 내지르며 우싸, 우싸/ 목소리를 한 곳으로 모으고 있다// 깨어진 꽹과리 울음처럼 싫은 문신처럼 지워지지 않는 시큼한 냄새,/ 누린내 풍기는 염소마저 비켜간다/ 그래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장미꽃 향기가 샘이나/ 그 옆에 살며시 뿌리를 내리고/ 작은 잎이라도 내밀라치면/ 붉은 꽃잎이 '어딜 감히!'/ 흰 머리카락 뽑아내듯/ 집게로 사정없이 뽑아버린다/ 그래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어둠에 찌든 냄새 감추고/ 달빛으로 별 송이송이 만들어 보지만/ 들길 밟는 연인의 정겨운 속삭임은/ 시원히 흘러가는 시냇물 물살소리/ 포동통한 개구리 울음 속으로만 녹아든다/ 그래서 그러는 것은 더욱 아니다// 창백한 유월의 햇살에/ 그냥 눈물이 나서 그러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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