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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고개고개를 노래하다
‘지리산꾼’ 백남오씨 수필집 ‘지리산 황금능선의 봄’ 펴내… 27코스 ‘내밀한 속삭임’ 담아
“나는 지리산 병이 들었다. 아주 중병인 것 같다. 지리산의 봉우리와 능선들이 모두 그리움의 병이 되었다. 한 달의 일요일 네 번 모두를 지리산에서 보낸다 해도 성에 차지 않는다. 아예 지리산에서 살고 싶다. 예삿일이 아니다.”
‘지리산 수필가’ 백남오(55·마산무학여고 교사)씨가 수필집 ‘지리산 황금능선의 봄(서정시학)’을 펴냈다. 2004년 ‘지리산 전문 수필’로 등단해 화제를 모았던 그의 첫 번째 수필집이다.
이번 수필집의 주제 또한 ‘지리산’이다. 1983년, 아내를 따라 나섰다 낭패를 본 지리산과의 첫 만남, 그 후 20년간 200여 회를 오르내리며 지리산을 알아가고, 또 반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풀어낸다.
백씨는 “나의 유토피아를 찾아, 깊은 지리산정을 짐승처럼 헤매고 다닌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책에는 벽송사능선, 심마니능선, 두류능선 등 총 27코스의 산행기가 올려져 있다. 산행을 통해서 체득한 지리산 곳곳의 절경과 함께 속내를 세세하게 풀어낸다. 때로는 추위에 생사의 고비를 드나들기도 하고, 길을 잃어 극한 공포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고비를 이겨내고 목적지에 올라설 때면 그는 매번 감탄사를 내뱉는다.
“지리산은 무궁무진하고, 갈수록 충격이요 새로움이다.”
또 지리산 ‘꾼’만이 알 수 있는 숨겨진 비경, 지리산의 내밀한 속삭임은 읽는 재미를 더한다.
그에게 지리산은 단순한 ‘산’이 아니다. 그는 수없이 지리산을 타면서 유년 시절의 꿈, 현실세계를 살게 하는 원동력, 인생의 참 의미 등을 생각한다. 그의 수필 또한 지리산의 다채로운 얼굴과 오묘한 매력과 함께 그리고 그 정신이 갖는 의미에 집중한다. 문학평론가 문흥술(서울여대 교수)씨는 “그의 수필 문학은 전통 수필 문학 양식에서 볼 때 매우 이질적이다. 지리산이 문학이고 문학이 지리산인 자리에 그의 독창적인 수필이 놓인다”고 평했다.
‘지리산은 자신을 영산으로 생각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건강하고 강인한 체력의 소유자를 받아들이고 그들에게 그의 아름다움을 연출해 보이고 은밀한 비밀스러움까지 허락해주는 것이 아닐까. 이 얼마나 고매한 지리산의 자존심인가.’(‘지리산의 만추’ 中)
‘지리산은 구차한 일상을 잊게 해 주는 큰 정신과 역사가 있고, 황홀한 이상세계로의 초대도 해주었다. 영원히 안착해야 할 피안의 세계까지도 그 속에 숨어있으리란 확신도 가지게 되었다. 그것이 늘 밤잠을 마다한 이른 새벽에 지리산을 오르게 한 힘이었다.’(‘지리산에서 만난 문학’ 中)
책을 덮자 봄날 지리산 황금 능선을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이 아른거린다.
조고운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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