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마저 다해서 아픈 그대 <경남도민일보>
작성자 경남문학관
본문
기다림마저 다해서 아픈 그대 | |||||||||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정일근 l 문학과지성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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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 시의 젖줄은 사랑이다. 사랑이 구겨지면 그리움이다. 그리움이 부서지면 기다림이다. 기다림마저 다하면 그는 아프다. 때로 고래가 내뿜는 분기(噴氣)를 눈물이라고 착각할 수 있으나 숨을 쉬는 것일 뿐 아무것도 아니듯이 정일근의 아픔 역시 아무것도 아니다. 사랑, 그리움, 기다림, 그리고 아픔마저 아무것도 아닌 자리에 그의 시가 있다. 그에게 아픔 혹은 슬픔은 "내일 또 밥 먹고 똥 누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내일, 슬픈')이다. 결코 무심하지 않지만 무심한 듯 세상을 살아야 한다는 것. 사랑을 움켜쥐고 그리움과 기다림에 허청거린 탓은 오로지 자신의 욕심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은 자리에 그가 만난 표상의 세계는 '고래'다. 고래는 "(욕심을 부리고) 기다리는 사람의 사랑 아니라 / (욕심을 버리고) 놓아주어야 하는 바다의 사랑이기에"('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그는 고래가 되고 싶다. 자신은 물론 그처럼 살아가는 모든 고래와 같은 이들을 위하여, 오늘도 은현리 은거에서 그는 시를 쓰고 있다. /이성모(진해 김달진문학관 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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