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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마저 다해서 아픈 그대 <경남도민일보>
작성자 경남문학관
댓글 0건 조회 3,567회 작성일 2009-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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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마저 다해서 아픈 그대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정일근 l 문학과지성사
newsdaybox_top.gif 2009년 10월 09일 (금) 이성모 관장 btn_sendmail.gifwebmaster@idomin.com newsdaybox_dn.gif


정일근 시의 젖줄은 사랑이다. 사랑이 구겨지면 그리움이다. 그리움이 부서지면 기다림이다. 기다림마저 다하면 그는 아프다. 때로 고래가 내뿜는 분기(噴氣)를 눈물이라고 착각할 수 있으나 숨을 쉬는 것일 뿐 아무것도 아니듯이 정일근의 아픔 역시 아무것도 아니다. 사랑, 그리움, 기다림, 그리고 아픔마저 아무것도 아닌 자리에 그의 시가 있다.

   
 
 
사랑에 한숨짓고, 그리워서 허허롭고, 기다림에 지친 이들은 정일근의 시집을 읽어보라. "가벼운 세치 혀로 사랑 타령을"('몰운대, 저녁노을')하기에는 바다가 먼저 붉게 울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리움을 이야기하기에는 "어리석어 내 생을 담은 한 잔 물이 잠시 심하게 흔들렸을 뿐"('그 후')이다. 기다림이 '용서'라는 것을 분명히 아는데, 그는 자신을 "결코 용서하지 못한다."('그 후, 늦여름')

그에게 아픔 혹은 슬픔은 "내일 또 밥 먹고 똥 누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내일, 슬픈')이다. 결코 무심하지 않지만 무심한 듯 세상을 살아야 한다는 것. 사랑을 움켜쥐고 그리움과 기다림에 허청거린 탓은 오로지 자신의 욕심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은 자리에 그가 만난 표상의 세계는 '고래'다. 고래는 "(욕심을 부리고) 기다리는 사람의 사랑 아니라 / (욕심을 버리고) 놓아주어야 하는 바다의 사랑이기에"('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그는 고래가 되고 싶다. 자신은 물론 그처럼 살아가는 모든 고래와 같은 이들을 위하여, 오늘도 은현리 은거에서 그는 시를 쓰고 있다.

/이성모(진해 김달진문학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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