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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의 이야기 서정적으로 묘사 |
물때 지난 낚시터에 앉아 찌를 던진다/바다는 무한대로 열려있는 경전이라/허물을 다 벗어놓고/낚싯대는 몸을 떤다//한번만 입질하면 미련없이 작파할텐데/해면에 부딪치어 무릎 꺾인 햇살도/물밑의 떠도는 하늘에/미련남아 일어설 수 없다. (‘사라진 詩’ 중) 옥영숙 시인이 새 시집 ‘사라진 詩’(고요아침刊)를 펴냈다. 총 4부로 구성된 시집에는 일상의 평범함 위에 특유의 서정성이 올라 앉아 있어 여러 번 눈길이 간다. 이유는 시인의 눈이 대상을 찬찬히 세밀하게, 애정으로 살핀 후였기 때문이다. ‘느닷없이 비빔밥집을 시작한 그날부터/ 새벽시장 사내들처럼 완강한 두발로/ 몸무게 전부 얹어서 도장 찍듯 장을 본다// 몇 켤레 신발이 바뀌고 생긴 굳은살/ 늦게 온 깨달음으로 심장이 떨린다// 바람에 어깨 기대고/ 또박또박 걸어간다.’(‘건널목에서’ 전문) 그의 시편들에 묘사된 어제와 오늘과 내일의 주변 이야기는 때로는 활발하고 굳세기도 하다가, 추억에 잠기게도 하다가, 스스로 지난 길을 되돌아보게도 한다. 또한 ‘어시장 시편’, ‘창원역’ 등 독자에게도 낯익은 제목들은 시어로 눈 앞에 그 장소를 그려내게 한다. 이지엽 시인 겸 경기대 교수는 “시적 대상을 화해의 입장으로 견지하며 동일성을 부여하는 시인의 시는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일상의 눈부신 시적 상상력을 지닌 그의 작품에는 시적 대상에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부드럽게 감싸안는 관용과 포용의 시편들이 많다”고 평했다. 옥영숙 시인은 마산에서 태어났으며 200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2001년 열린시학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김희진기자 likesky7@knnews.co.kr Copyright ⓒ 경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입력 : 2009년 10월 16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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