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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태일 시인 유고 시문집 <정만 눈물처럼 쏟아놓고> 발간 <경남도민일보>
작성자 경남문학관
댓글 0건 조회 3,609회 작성일 200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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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언어로 그를 기억하며
학생지도 중 요절한 고 정태일 시인 유고 시문집 <정만 눈물처럼 쏟아놓고> 발간
newsdaybox_top.gif 2009년 12월 16일 (수) 김훤주 기자 btn_sendmail.gifpole@idomin.com newsdaybox_dn.gif
"부드러운 물살 따라/ 하얀 안개 헤치며/ 종이배가 꿈처럼 흐른다.// 지난밤에도/ 푸른 달빛 따라/ 바다를 꿈꾸며 흘렀다.// 그 섬에 닿을 때까지/ 하늘을 손짓하면서/ 종이배는 꿈처럼 흘렀다.// 노도 없이 돛만 달고/ 꽃잎보다 가볍게/ 잎사귀 벗하여 흘렀다.// 情(정)만 눈물처럼 쏟아놓고/ 흐르다 흐르다/ 그만, 종이배는 젖어버렸다.// 배는 떠나가 버리고/ 꿈도 거품처럼 꺼져간 뒤에/ 풀죽어 처진 종이만 남았다.('종이배' 전문)

고 정태일(43). 양산에 있는 경남외국어고등학교에서 국어 선생님으로 17년 동안 지내오다 올 6월 남해안에서 스킨스쿠버 동아리 활동을 지도하다 요절했다.

이처럼 안타깝게 삶을 마감한 교사 시인을 기리는 지인들이 정태일 유고 시문집 발간위원회(대표 장준기)를 만들고 시와 산문 등 유작을 모아 책을 펴냈다.

   
 
  교정에 선 고 정태일 씨.  
 
산청 출신인 고 정태일은 2004년 봄 시 전문 계간 <시인정신> 추천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아울러 학교에서는 도서문예부와 스킨스쿠버 동아리 지도교사를 맡아 자기 몸 돌보지 않고 열심히 일해 왔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한 시인의 작품 속에 나오는 구절 ' 情(정)만 눈물처럼 쏟아놓고'가, 유고 시문집의 제목으로 남았다. 고 정태일은 생전에 마지막 문인 모임에서 시작품 '종이배'를 낭송하고 그 가운데 한 구절을 붓글씨로 써서 액자에 걸었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유고집 표제로 쓰인 ' 情(정)만 눈물처럼 쏟아놓고'다. "차마 못할 말이지만, 그가 세상을 뜨기 직전 어떤 모임에서 육성으로 낭독한 마지막 작품이 바로 이 '종이배'였다. 시참(詩讖, 우연히 지은 시가 뒷일과 꼭 맞아떨어지는 일)이라고나 할까, 정말로 그는 푸른 바다에서 종이배처럼 그렇게 젖어버렸다. 그의 짧았던 생애 또한 '情'으로 가득한 삶이었으니, 이 표제가 그의 삶과 문학을 압축하는 말로서 결코 모자람이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유고집 발간위원회의 '엮고 나서')

시문집에는 고 정태일이 생전에 발표한 작품들과 컴퓨터에 남아 있던 미발표 작품을 비롯해 습작에 이르기까지 시 80여 편과 산문 10편 남짓이 담겨 있다. "시는 2004년 등단 시점을 기준으로 1부와 2부로 나누고, 경남외고 교지 <신불산>에 발표한 Photo&Poesy(3부)와 산문(4부)으로 따로 모았다."

"과연 그는 대학교 국문과 재학 시절부터 죽음에 이르는 그 순간까지 거의 20년 세월을 문학청년으로, 시인으로 살아왔었다. 그리고 그는 꾸준히 발전하고 있었다. 만약 그가 지상의 삶을 더 살 수 있었더라면, 그의 문학은 더욱 성숙해졌을 것이다. 그의 갑작스러운 요절과 야속한 운명이 새삼 안타까운 이유다."

책이 나오고 나서 이틀 뒤인 11월 28일, 발간위원회는 고인의 무덤이 있고 또 고향이기도 한 산청군 생비량면에 있는 무지개식당에서 유족에게 이 시문집을 전달하는 행사를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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