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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날들의 기억 | |
밀양 이승주 시인 세 번째 시집 ‘위대한 표본책’ 펴내 | |
밀양의 이승주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위대한 표본책’(서정시학刊)을 발표했다.
쭈그러진 냄비도 부푸는 사월// 달이 하도 밝아/ 잠 아니 오시는 하느님// 이런 저런 하염없는 생각으로/ 지구를 돌리시다/ 자기가 빚은 입술,/ 자기도 모르게 그 붉은 입술 안으로/ 혀를 밀어넣고 싶은 밤// 치매 든 어미가 배고프다고 우는 밤/(‘봄밤’ 전문) 군항제에서 보았던, 탐스럽게 만개한 벚꽃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으려고 애쓰는 양복 차림의 그 중년들이 시인과 비슷한 연배였던 것 같다. 이 시인은 아름다운 사월의 밤에 잠 못 이루다 견딜 길 없이 부풀어오른 서정을 짧은 시에 토해 놓고 겨우 잠든 것 같다. 살아온 지난날들을 자신의 집약된 기억을 소재로 탄력 있고 선명한 감각을 통해 재현해냈다. 감상에서 시작해 서정에만 매달리지 않고 현실로 이어지기도 하는 시편들은 아름다우면서 서글프기도 하고, 위안을 건네기도 한다. 그러니 울지 마/ 우리 꿈은 삶의 경사보다 더 높은 곳에 있어/ 자, 편안히 맨바닥에 귀를 대어 봐/ 짙게 그늘진 네 말들의 그림자를 봐/ 그래, 맨바닥일 때 너는 내게/ 간신히 닿을 수 있었잖아/(‘맨바닥’ 중) 도내 젊은 시인들의 동인 모임 ‘문청’의 멤버이기도 한 이승주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동인지 ‘여울 떠나는 잎새’의 표제시 ‘여울 떠나는 잎새’도 실렸다. 유성호 문학평론가 겸 한양대 교수는 “이승주 시편들은 감각이라는 일차적 운동 형식에 의해 착안되고 발화되어 궁극적으로는 동일성의 미학이라는 서정의 원리로 가장 충실하게 귀일하는 세계다”고 평했다. 이 시인은 1961년 대구 출생으로 경북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으며 1995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했다. 앞서 ‘꽃의 마음 나무의 마음’, ‘내가 세우는 나라’ 등 시집을 낸 바 있다. 현재 밀양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다. 김희진기자 likesky7@kn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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